이명박 대통령은 3일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예상외의 성적표를 받은 만큼 충격은 컸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 자리에서나 일부 참모들에게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자는 취지의 주문을 한 것 이외엔 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장 정책 기조의 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예상 밖의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방향과 관련해 당분간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3정(鄭) 동반 퇴진 이어지나

당장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개각과 청와대 인사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면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지만 상황은 고강도 국정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급격하게 흐르고 있다. 정 실장의 사의 표명에 이 대통령이 '묵묵히 듣기만 했다'는 것은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즉각 사의를 반려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수용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권 내에선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에 재임 기간이 오래된 장 · 차관들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일단 정 실장 혼자 사의를 표명했으나 청와대 수석들 사이에선 다 함께 책임지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7 · 28 재 · 보선을 앞두고 개각을 할 경우 청문회 때문에 여권으로선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청와대 개편을 먼저 하고 재 · 보선 이후에 개각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 실장과 함께 정운찬 국무총리까지 포함,'3정(鄭)동반 퇴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 총리는 간부회의에서 "심기일전해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자"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세종시 출구전략 '솔솔'

청와대 한 참모는 "호들갑을 떨거나 주요 정책의 변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비즈니스벨트,물 확보 정책 등 지역과 협조해야 할 사안은 자치단체장과 그렇게 할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안,4대강 사업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민도 엿보인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의 법제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당장은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세종시 출구전략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충청 광역 단체장들이 모두 야당으로 돌아간 만큼 이젠 달리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 대통령이 강한 의욕을 가졌던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행정 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 개혁 논의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