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3일 6 · 2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여권 인적쇄신과 당 · 정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번 선거의 책임을 맡은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사퇴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무성 원내대표 주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정 대통령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뒤 일부 수석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 사의를 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의 사의 표명을 들은 뒤 "이번 선거 결과를 다 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의 동반 퇴진으로 인해 집권 3년차를 맞은 MB 정부의 최고위직 3인방 중 정운찬 총리만 현직을 유지하게 됐다. 향후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개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전면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에서도 재임기간이 긴 장 · 차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이미 어느 정도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개각 시기는 이 대통령의 해외 출장 일정상 이달 중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중폭 이상의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하고 이후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과 경기 등 6곳에서 승리한 반면 민주당은 인천을 비롯해 충북 · 강원 등 7곳의 단체장을 확보해 사실상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228개 선거구의 경우 민주당이 91곳에서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83곳 승리에 그쳤다. 무소속이 36곳을 차지했고 자유선진당 13곳, 민주노동당 3곳, 국민중심연합과 미래연합이 각각 1곳에서 승리했다.

이준혁/홍영식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