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야흐로 비빔밥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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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피크로 엔고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한국을 찾는 첫 번째 이유가 맛이 뛰어나고 영양도 좋은 음식 때문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김치,불고기,비빔밥,삼계탕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먹어보는 대표적인 우리 전통음식들이다.
특히 비빔밥은 고추장과 함께 기내식으로 제공될 정도로 세계화가 됐지만 20년 전 상황은 크게 달랐다. 1990년대 초 일본 회사 중역과 식사할 일이 있어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한다는 의도로 비빔밥을 주문했다. 으레 그렇듯 갖가지 나물들을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 위에 얹어 고추장과 함께 쓱싹쓱싹 비비고 있자니,맞은편에 앉은 일본 회사 중역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정갈하고 간소하게 먹길 좋아하는 일본인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밥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였다.
여러 음식을 한 그릇에 넣어 섞어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어디서 유래됐느냐는 일본 회사 중역의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살다 보니 시간을 아끼려고 하다 이런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후에 비빔밥에 대해 찾아보니 19세기 말 '부뵙밥'이라는 단어로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래에 대해선 궁중음식설,임금 몽진설,농번기음식설,동학혁명설,음복설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음식의 종류라기보단 하나의 양식에 가까운 비빔밥이 양반,평민할 것 없이 선조들 모두가 향유하는 공통 문화였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융복합(컨버전스)' 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들의 경쟁력이 바로 이 비빔밥에 기초하지 않나 싶다. 훈민정음부터 해시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발명들에서 한민족의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면,나물을 종류대로 무쳐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내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는 비빔밥이나,중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량 역할을 하며 그 특징들을 고르게 흡수 발전시킨 데서 우리 민족 특유의 유연성과 독창성을 발견하게 된다.
21세기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처럼 과거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합치거나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조해내는 사람이 선두를 차지하는 시대다. 기업으로 말하면 섞고 비비기를 잘해서 신제품과 신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도전정신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용기와 담대함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비빔밥 문화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자신감과 역발상 능력을 이미 기업 DNA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컨버전스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우리 민족 특유의 '비빔밥 정신'을 살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황수 GE코리아 대표 soo.hwang@ge.com
특히 비빔밥은 고추장과 함께 기내식으로 제공될 정도로 세계화가 됐지만 20년 전 상황은 크게 달랐다. 1990년대 초 일본 회사 중역과 식사할 일이 있어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한다는 의도로 비빔밥을 주문했다. 으레 그렇듯 갖가지 나물들을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 위에 얹어 고추장과 함께 쓱싹쓱싹 비비고 있자니,맞은편에 앉은 일본 회사 중역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정갈하고 간소하게 먹길 좋아하는 일본인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밥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였다.
여러 음식을 한 그릇에 넣어 섞어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어디서 유래됐느냐는 일본 회사 중역의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살다 보니 시간을 아끼려고 하다 이런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후에 비빔밥에 대해 찾아보니 19세기 말 '부뵙밥'이라는 단어로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래에 대해선 궁중음식설,임금 몽진설,농번기음식설,동학혁명설,음복설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음식의 종류라기보단 하나의 양식에 가까운 비빔밥이 양반,평민할 것 없이 선조들 모두가 향유하는 공통 문화였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융복합(컨버전스)' 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과 한국인들의 경쟁력이 바로 이 비빔밥에 기초하지 않나 싶다. 훈민정음부터 해시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발명들에서 한민족의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면,나물을 종류대로 무쳐 한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내 전혀 새로운 음식으로 탈바꿈시키는 비빔밥이나,중국과 일본의 문화적 교량 역할을 하며 그 특징들을 고르게 흡수 발전시킨 데서 우리 민족 특유의 유연성과 독창성을 발견하게 된다.
21세기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처럼 과거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것들을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거나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합치거나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조해내는 사람이 선두를 차지하는 시대다. 기업으로 말하면 섞고 비비기를 잘해서 신제품과 신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도전정신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용기와 담대함 등이 뒤따라야 하는데,비빔밥 문화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자신감과 역발상 능력을 이미 기업 DNA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컨버전스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우리 민족 특유의 '비빔밥 정신'을 살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황수 GE코리아 대표 soo.hwang@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