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저작권이 창작의욕 꺾는다? 지식재산보다 지식나눔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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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공유 | 엘리너 오스트롬·샬럿 헤스 편저 | 김민주 송희령 옮김
| 타임북스| 703쪽| 3만5000원
| 타임북스| 703쪽| 3만5000원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이 숨진 뒤에도 '해리 포터' 저작권은 50년 혹은 70년간 유지된다. 그동안 일반인들은 내용의 일부만 발췌해 사용할 수 있다. 저렴한 포켓북이나 글자가 큰 아동용 책으로 출판하지 못하고 재미삼아 복사해 읽지도 못한다. 롤링의 저작권이 70년이나 지속되는 것은 창작 인센티브치곤 지나치다.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저작권 유지로 얻는 것보다 치러야할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100만권의 책 중 '해리 포터'의 저작권에 가려 99만9999권이 더 넓은 활용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도서관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도 사실 저작권 문제로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데 애로를 겪는다. 저작권 소재가 불분명해 도서관들이 소장 자료를 복제하거나 디지털화하지 못해서다. 20세기 문화의 97%는 이 같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상업적으로 사장돼 있다. 경제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창작 의욕을 북돋워 인류의 지식 발달에 기여하려는 뜻에서 생겨난 지식재산권이 오히려 역주행하는 게 현실이다.
《지식의 공유》는 지식재산권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지식재산'보다는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령 의욕이 충만하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금 부족으로 책과 논문을 사 볼 수 없어 훌륭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연구자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인류에게는 손해라는 시각이다.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대 석좌교수와 샬럿 헤스 인디애나대 워크숍 연구 도서관장이 전문가들의 견해들을 엮은 책이다.
엮은이들은 무엇이든 공공의 것이 되면 파멸한다는 '공유지의 비극' 논리와 게임이론의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 논리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한 불완전한 논리라고 지적한다. 대신 인간에 대한 신뢰에 바탕한 지식 공유의 성공 사례들을 소개한다.
미국립보건원은 더 많은 비전문 독자들이 자료에 접속하도록 자체 정보망 설계를 바꿨다. 그러자 오진 예방과 신속 치료 사례가 늘고 심지어 환자들이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출판 방식으로 인터넷에 연구 결과를 올려놓은 학술 논문은 인용건수가 놀랍게 증가했다. 이로써 북미와 유럽에서 발전했던 과학 영역이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전해가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저작권에서 자유로워진 명작들을 디지털화해 올려놓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무료 오피스 프로그램인 '오픈오피스' 등 상용 소프트웨어 못지않은 '프리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FOSS)'는 프로그램 구조를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축적된 방대한 지식에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될 때 지식은 공공재로 여겨질 수 있다"며 "지식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넘겨줘야 할 보물이며 미래 지식을 발견하는 작업은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도서관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도 사실 저작권 문제로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데 애로를 겪는다. 저작권 소재가 불분명해 도서관들이 소장 자료를 복제하거나 디지털화하지 못해서다. 20세기 문화의 97%는 이 같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상업적으로 사장돼 있다. 경제적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창작 의욕을 북돋워 인류의 지식 발달에 기여하려는 뜻에서 생겨난 지식재산권이 오히려 역주행하는 게 현실이다.
《지식의 공유》는 지식재산권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지식재산'보다는 '지식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령 의욕이 충만하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금 부족으로 책과 논문을 사 볼 수 없어 훌륭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 연구자가 있다면 궁극적으로 인류에게는 손해라는 시각이다.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대 석좌교수와 샬럿 헤스 인디애나대 워크숍 연구 도서관장이 전문가들의 견해들을 엮은 책이다.
엮은이들은 무엇이든 공공의 것이 되면 파멸한다는 '공유지의 비극' 논리와 게임이론의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 논리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한 불완전한 논리라고 지적한다. 대신 인간에 대한 신뢰에 바탕한 지식 공유의 성공 사례들을 소개한다.
미국립보건원은 더 많은 비전문 독자들이 자료에 접속하도록 자체 정보망 설계를 바꿨다. 그러자 오진 예방과 신속 치료 사례가 늘고 심지어 환자들이 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출판 방식으로 인터넷에 연구 결과를 올려놓은 학술 논문은 인용건수가 놀랍게 증가했다. 이로써 북미와 유럽에서 발전했던 과학 영역이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전해가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저작권에서 자유로워진 명작들을 디지털화해 올려놓은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운영체제인 '리눅스'와 웹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무료 오피스 프로그램인 '오픈오피스' 등 상용 소프트웨어 못지않은 '프리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FOSS)'는 프로그램 구조를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축적된 방대한 지식에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될 때 지식은 공공재로 여겨질 수 있다"며 "지식은 우리가 미래 세대에 넘겨줘야 할 보물이며 미래 지식을 발견하는 작업은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