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증상 느낄땐 늦으리…피 한방울 '유전자 검사'로 조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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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검사는…질병유발 DNA확인 통해 숨겨진 질환 발견·치료
5만원대 진단키트 OK!…조직검사보다 비용·시간 절약
5만원대 진단키트 OK!…조직검사보다 비용·시간 절약
지난해 8월 교수직에서 은퇴한 미국인 환자(59)가 암 유전자검사를 받으러 이 분야 전문업체인 굿젠(대표 문우철)을 찾아왔다. 혈액을 뽑아 검사해보니 수십종의 암 관련 유전자가 발견됐다. 하지만 PET-CT(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와 복부-CT로 전신을 샅샅이 훑어도 암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지 두 달 후 배가 아프고 속이 쓰린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넉 달 후 한국에 들어와 정밀검사를 해보니 7㎝크기의 췌장암이 발견됐고 임파선과 간에도 미세하게 전이돼 있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암은 1㎝ 이상 돼야 발견되고 4~5㎝쯤 돼야 증상이 느껴지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암이 급속하게 발현한 것이다. 현재 맞춤항암제 치료를 받으며 암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암은 눈에 보여야 확진이 이뤄지고 그제서야 치료를 시작하는데 앞으로는 유전자의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부터 치료에 들어가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인간은 3만여종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침팬지와 99.9%나 동일하다. 같은 사람끼리도 불과 수십개의 유전자가 다를 뿐이다. DNA 내 30억쌍의 염기서열이 존재하며 3개의 염기서열이 아미노산의 종류를 결정하고,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결합해 다양한 단백질을 만든다. 인체활동은 생체단백질에 의해 이뤄지므로 결국 유전자(의미있는 염기서열의 집합체)의 차이가 개체 간 특성과 건강을 좌우하는 열쇠다.
사람 개체 간 차이는 평균 1250개 염기마다 1개씩 나타나는 특이한 염기서열,즉 SNP(단일유전자변이)에 의해 결정된다. SNP는 인종과 성별에 따라 다르다. SNP는 좀처럼 바뀌지 않으나 나이 들어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변이될 수 있다. 특히 유전자의 발현에 관여하는 염기서열에 SNP가 나타날 경우 유전질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반드시 질병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SNP가 인체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보편적인 사람보다 특정질환에 더 잘 걸리거나 반대로 웬만해서는 안 걸리는 체질이 될 수 있다.
문우철 굿젠 대표는 "암과 성인병은 5~10%가 선천적이고 90~95%가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되지만 극단적으로 말해 해당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다소 나쁜 습관을 가져도 병에 걸리긴 어려우며 다만 지속적으로 흡연,열량과잉섭취나 산화적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면 유전자가 변하면서 병에 걸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검사란 특정질환이나 병원체에 나타나는 공통된 DNA가 환자에게 존재하는지 확인해 질병의 음성 · 양성을 판별 하는 것이다. 크게 환자의 피를 뽑아 병원체의 감염 여부를 알아보는 검사와 환자의 유전자변이를 감지해 잠재적 질환을 조기발견하고 그에 맞는 맞춤치료법을 제시해주는 검사로 나눌 수 있다.
DNA칩을 이용한 유전자검사의 경우 질병 관련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상보적인 유전자단편(탐침)을 유리 또는 실리콘 기판 위에 심어놓고 환자의 혈액 등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칩에 떨어뜨리면 탐침과 질병 관련 유전자가 결합하면서 색이 변하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색이 변하지 않으면 해당 유전자가 없는 것이므로 음성으로 판정하게 된다. DNA칩은 기판 위에 염기서열을 직접 합성해서 붙이는 방법과 잉크제트 프린터처럼 염기서열을 분사해 안착시키는 방법이 있다.
유전자진단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의 모든 유전자를 분석해 취약한 질병을 조기에 가려내 대비하는 일이다. 한 사람의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2007년엔 4년이란 시간과 1000억원이 들었지만 기술발전으로 2009년엔 4주에 1억원 안팎으로 낮아졌고 2013년엔 수시간에 100만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김종원 성균관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3만개의 유전자 중 질병과 직접 관련 있는 것으로 규명된 유전자는 소수이며 설령 모든 기능을 다 알아낸다 하더라도 유전자정보를 임상에 적용하려면 엄청난 통계적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암 유전자 진단만 해도 개인별로 유전체 변이의 종류와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시중에서 암, 지능, 키, 등과 관련한 몇 가지 유전자를 분석(소인 검사)해 질병을 예측해준다고 검사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유전자검사평가원의 심의를 통과하지 않은 것은 연구용이거나 진단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서 개발된 자궁경부암 · 선천성 유전질환 진단키트를 이용한 2종의 유전자 검사는 대학 · 전문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산부인과 등에서 각각 5만원 이하 비용으로 검사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외국서 개발된 유방암 대장암 등의 유전자 분석검사는 종류별로 25만원,40만원,70만원 등 다양하고 가족력이 있거나 직계가족이 해당 암에 걸려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표는 "성병에 걸렸을 경우 10여종의 원인균을 감별하고 그에 가장 알맞은 항생제를 골라내려면 수차례 유전자증폭검사(PCR)를 해야 하는 등 적잖은 시간과 돈이 소요되고,암 진단도 조직검사를 하려면 환자의 고통이 크고 조기진단을 놓칠 수도 있다"며 "유전자진단은 수시간 만에 수만원에 불과한 비용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