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씨(59)는 지방 생활을 접고 서울이나 경기도 쪽으로 집을 옮기려던 참에 최근 눈에 확 띄는 물건을 발견했다. 일산신도시 장항동 호수마을의 전용면적 85㎥(33평형) 아파트가 시세보다 1억원이나 싼 3억7000만원에 나왔던 것.지난 10일 이 집을 구입한 정씨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씨의 재테크 비결은 공매였다. 좀처럼 수도권에 올라오기 어려운 처지였지만,친목도모 차원에서 만나는 주부들의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했다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매 시스템(온비드)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집으로 돌아온 뒤 온비드에 접속하던 정씨는 지난달 10일 이 물건을 확인하고 주저없이 낙찰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낙찰이 가능한 공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발품을 많이 팔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부동산 등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매 물건은 1만여 공공기관이 내놓은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믿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으로 OK

인터넷 공매인 온비드(Onbid)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전자자산처분시스템으로,온라인을 통한 모든 입찰거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경매가 채권자의 요청에 따라 법원이 채무자의 물건을 공개경쟁입찰로 매각하는 것이라면 공매는 자산관리공사가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재산 등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온비드는 공매 물건 검색에서부터 입찰서 제출,낙찰자 선정까지 모든 과정이 인터넷 상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정 시간에 맞춰 입찰장에 가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통상 3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므로 매수할 물건에 대해 충분히 분석한 후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고미술품도 살 수 있어

온비드에서 취급하는 물건은 부동산뿐 아니라 자동차,골프 · 콘도 회원권,주식,건설장비,선박 등 다양하다. 특히 승용차의 경우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6~7년가량 사용하던 차량들로,일반 중고차 매매상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믿고 구입할 수 있어 인기다.

동물원에서 관리하던 동물이나 학교매점,공영주차장 및 지하철 상가 운영권 등 일반인들이 좀처럼 접하기 힘든 이색물건도 매수할 수 있다. 온라인 공매가 '인터넷 만물상'이라 불리는 이유다.

고가의 미술품도 온비드에서 취급할 수 있다. 작년 6월에는 조선시대의 천재 화가로 꼽히는 단원 김홍도의 '인물도',오원 장승업의 '기명도' 등 고미술품 47점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취급하는 물건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거래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거래량이 10조원을 돌파했고 월평균 130만명이 온비드를 방문하고 있다.

◆경매보다 입찰 경쟁률 낮아 유리

온비드를 이용하려면 먼저 홈페이지(www.onbid.co.kr)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 '전자거래범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등록해야 한다.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열람하고 현장확인을 거쳐 인터넷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공매물건은 감정평가기관에서 평가한 최초 감정가격부터 입찰을 시작한다. 수탁물건을 제외한 나머지 물건들은 유찰 시 최저 입찰가격이 10%씩 떨어져 입찰이 진행된다.

경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경쟁률이 비교적 낮게 형성된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보통 물건당 수십명이 몰리는 경매 입찰과 달리 공매 물건은 5~6명 정도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매물건 중 유입재산이나 수탁재산과 달리 압류재산 부동산은 등기부등본과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권리분석과 현장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 등기부등본,건축물관리대장,도시계획확인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논,밭,대지 등 토지의 경우 건축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발급받을 수 있는 땅인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