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간 나오토 내각 출범] 강한 일본 이끌 'Mr. 엔低'…수출·재정확충 속도 낸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책기조 어떻게 바뀌나
"강한 경제,강한 재정,강한 사회보장 체제를 만들겠다. 지난 20년간의 침체를 걷어낼 것이다. "
일본의 간 나오토 신임 총리는 지난 3일 총리 입후보 출사표에서 이렇게 밝혔다.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특히 전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 시절 지지부진했던 재정 건전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예산을 제대로만 쓴다면 증세를 해도 경기는 좋아진다"는 소위 '증세 성장론'은 그의 지론이다.
간 총리는 엔화 약세주의자이기도 하다. 엔화가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고평가돼 있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이다. 엔고를 억제해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그가 신임 총리로 유력해진 2일부터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줄곧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세 인상 추진할 듯
"간 총리는 올 들어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이후 재정적자 축소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했다"고 한 측근은 말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본이 언제 그리스와 같은 사태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가졌다고 한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연말께 970조엔(약 1경2600조원)으로 GDP 대비 200%에 달할 전망이다. 선진국 중 최악이다.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면 낭비 예산을 삭감해 세출을 줄이든지,증세로 세입을 늘려야 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증세보다는 낭비 예산 축소에 주력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간 총리는 증세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가들은 진작부터 현행 5%인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10% 선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10조엔 정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 간 총리는 이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 · 30 총선에서 민주당이 약속한 선심성 공약도 일부 손질이 필요하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논란이 많은 고속도로 무료화와 주요 농산물 생산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주기로 한 농가 호별소득보장제가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의 대표 공약이었던 자녀수당은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승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수당은 이달부터 지급되고 있어 철회가 불가능하다. 이미 시행된 공립고등학교의 학비 무상화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반발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규제 목표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그러나 재계는 과도한 목표라고 비판했다. 간 총리가 '강한 경제'를 강조한 만큼 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줄 것이란 기대가 많다.
◆미 · 일동맹 복원 주력
간 총리는 미국 등 기존 우방과의 동맹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토야마 정권이 단명한 직접적 원인은 오키나와 미군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었다. 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내세웠던 '지위협정 개정을 통한 대등한 미 · 일 외교' 등의 간판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후텐마 기지는 미국과 합의한 원안을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토야마 전 총리가 미국과 합의한 대로 후텐마 기지를 같은 오키나와현 내 나고시 미군 캠프슈워브 연안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를 결사반대하고 있는 오키나와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경제와 안보의 중요성을 감안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강화는 지속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한 · 일관계 변화 없을 것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전폭적 지지, 한 · 일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추진 등 한국에 대한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만큼이나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중시한다. 과거사 청산 의지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민주당의 기본적 색깔을 고려할 때 한 · 일 관계가 크게 나빠지거나 변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카이 히로시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최근 천안함 사태와 관련,"일본의 정권 변화가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