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점의 진열품을 하루에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애초에 포기하라.65만㎡에 달하는 이 넓은 공간을 논스톱으로 주파하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호기롭다. 하루 평균 세계 최다인 1만5000명이 방문하는 이 박물관에서 소중한 기억을 남기려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겸손이다.

파리 지도의 한가운데 점을 '콕' 찍으면 그곳이 바로 루브르 박물관이다. 이른바 파리의 '역사적 축(Axe historique)'은 루브르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카루젤의 개선문,콩코드 광장,개선문을 거쳐 라데팡스의 신개선문에서 끝난다. 관광객의 볼거리는 대부분 이 역사적 축에 몰려 있다. 따라서 역사적 축은 곧 '관광의 축'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을 추가해야 한다. 바로 '소매치기의 축'이다. 이 역사적 축을 관통하는 지하철 1호선은 버젓이 눈을 뜨고 당하는 소매치기의 온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