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이후 줄곧 코스닥시장에서 테마주 열풍이 거세다. 인기 테마도 전기차, 원자력, 스마트폰, U-헬스케어, 스마트그리드, 전자책, 아몰레드(AMOLED), 줄기세포, 지능형로봇, 전자결제 등 셀 수 없이 많다.

테마주 열풍은 유독 코스닥시장에서 심하다. 전문가들은 "회사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실적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실적수준이 미미해도 강력한 테마에 '간택'만 되면 손쉽게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테마주 면면을 뜯어보면 투자시 위험한 기업들이 많다. 실제 관련사업에서 매출이 없거나 테마가 형성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카멜레온' 상장사들이 그들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상장업체인 대국은 최근까지 3D(3차원) 테마주로 명성(?)을 떨쳐왔다. 3D테마가 만들어질 때마다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고, 이는 3D 관련 자회사(지분 약 43%)인 빅아이엔터테인먼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회사 대국이 3D 전문업체인 빅아이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얻은 수익(지분법이익)은 고작 8200만원(2009년말 기준)에 불과하다.작년 매출액(약 269억원)에 비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이 회사 주가는 또 구제역이 발생하거나 미국에서 쇠고기 수출을 늘릴 예정이라는 얘기만 나와도 급등한다. 대국의 본래사업은 '수입육 유통업'이다.

대국이 최근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본업인 수입육(우육, 돈육)을 들여와 판매해 올린 매출총이익(매출에서 원가를 뺀 금액)은 4300만원. 매출액은 46억원 수준이며, 수입처도 미국, 호주, 칠레, 프랑스 등 다양하다.

실제 벌어들이는 매출이 미미하고, 이처럼 수입처가 다양해도 대국의 주가는 미국에서 쇠고기 관련 뉴스가 전해지면 치솟는다. 대국은 전날(3일) 미국 상원이 최근 '미국 쇠고기 및 부산물 수출을 위한 시장접근확대 지지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으로만 장중 12%를 치솟았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장모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제이콤도 대국과 비슷한 사례다. 대표적인 줄기세포 테마주로 분류된 이 회사는 최근 줄기세포 테마가 시들해지자 '차량용 블랙박스(영상기록장치)' 테마주에 이름을 올려 주가가 뛰고 있다.

제이콤이 제출한 올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9억원 가량의 매출 중 블랙박스의 매출액은 약 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7억원과 3억원이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뒤따르지 않는 상장사가 여러 테마로 묶이는 것은 그 만큼 주력 사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억지스런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식 투자는 손실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