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자원이 지닌 경제적 가치는 막대합니다. 정부는 물론 기업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죠."

박종욱 서울대학교 생물과학부 교수(57 · 사진)는 지난 3일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생물자원 중 지금까지 유용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다"며 "생물자원에서 파생된 전 세계 상품시장 규모가 5000억~8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만큼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식물학자인 박 교수는 초대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을 지냈다. 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해 생물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 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의 생물다양성 연구 및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환경의 날(5일)을 앞두고 4일 열린 기념식에서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박 교수는 "주식인 쌀부터 면소재,한옥 등 의식주와 관련된 대부분이 생물자원으로 구성됐다"며 "그만큼 생물자원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국가가 생물에 대한 정보 즉,생물표본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해당 국가의 경쟁력도 좌우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생물자원은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에 필요한 성분도 제공합니다. 최근 제약회사들이 생약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 역시 생물자원에서 시작되죠.원하는 성분을 빠른 시일 내에 얻으려면 표본이 필요합니다. 결국 생물표본 규모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 있죠."

문제는 국립생물자원관이 보유한 생물표본이 140만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영국의 큐식물원(500만점)과 미국의 미저리 식물원(800만점),일본 도쿄대 박물관(300만점)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일제시대 때 싹트기 시작했던 생물자원 연구 결과물이 6 · 25전쟁 때 모두 불탔던 데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했던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는 10~20년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표본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총 2억점의 표본을 보유하는 데에는 정부와 기업인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뉴욕식물원과 하버드대에서 근무 후 뉴저지 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1990년부터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박 교수는 '부자 식물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부친 고(故) 박만규 고려대 교수는 한국 식물학의 거두로 국립과학관장을 두 차례 역임했고 제주 천연보호구역경계를 설정했다. 현재 박 교수의 큰 아들 상순씨(29)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한 후 UC 데이비스에서 식물분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3대 식물학자' 탄생이 눈앞에 있는 셈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