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의 참패로 '공황(恐慌)' 상태에 빠진 여권이 전방위적인 민심수습책을 준비하고 있다. 고강도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야당 등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달 말 청와대 개편에 이은 내달 말 중폭개각,그리고 한나라당 개편의 3단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 쇄신안은

국정쇄신은 당 · 정 · 청 별로 나눠 추진된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을 추스르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저마다 대폭적인 쇄신작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권은 우선 국회의장단 · 상임위원장단 교체에 이어 당 · 정 · 청 인적쇄신 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민심수습에 인사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의장으로는 6선인 박희태 의원이 유력하고 한나라당 몫 부의장 한 자리에는 친이계 정의화 의원과 친박계 박종근 의원이 경합 중이지만 TK(대구 · 경북) 배려 및 당 화합 차원에서 박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측과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임위원장단 인선에서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야당을 정국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치적 안정'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범야권 인사의 입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은 "대결구도의 패러다임으로는 국정운영 자체가 마비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 등 야권과 국정과제를 공유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 유발' 정책기조 바뀐다.

국정운영 기조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의 이 같은 (선거) 패배는 소통 부족 논란을 빚어온 국정운영과 정국관리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왜 반대하나''내 편이 아니면 네 편''동지가 아니면 모두 적'으로 국민을 나누는 이분법적 국가관리와 정국운영으로는 집권 하반기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국민들이 갈등을 유발하는 각종 정책 추진에 염증을 느끼는 만큼 통합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의 속도조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한편 반대진영에 대한 강경책보다는 포용과 실용의 중도실용정책으로 선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의 전면 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지역별로 완공 시기를 조정하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선 주류 측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도 주요 쇄신과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일련의 민심수습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권의 단합과 내부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아서다.

친이계의 한 중진의원은 "세종시 문제는 더 이상 박 전 대표를 개입시키지 않고 국회 전체논의를 통해 가타부타 결론을 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청와대와 박 전 대표의 연결고리를 김무성 원내대표가 얼마나 중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