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가 당선 일성으로 4대강 사업을 막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국책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국토해양부 산하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와 각 도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자체장은 정부가 신청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농경지 리모델링은 강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강바닥에서 파낸 흙으로 강 인근 농지를 고르는 작업이다. 흙을 쌓아놓지 않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어 4대강 사업에선 필수 작업이다. 낙동강의 경우 김두관 당선자가 내 줄 수 있는 허가대상은 20곳이다. 46곳 중 26곳은 허가가 난 상황이다.

하지만 농지 리모델링 사업은 해당 농지를 소유한 주민들이 더 바라고 있어 김 당선자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1모작밖에 할 수 없는 농지를 개량하면 딸기 수박 등 연간 4모작이 가능하고 땅값도 오르는 구조다. 금강도 마찬가지다.

4대강 준설작업에서 나온 골재를 쌓아둘 적취장 허가도 기초자치단체의 시장과 군수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 사업대상지에서 허가가 난 상태여서 새로 취임하는 당선자가 새로 허가를 내줄 만한 곳은 없다. 경남도는 현재 신청이 들어온 7곳의 골재적취장 허가를 내줬다.

최악의 경우 지자체장이 이미 발주된 공사계약을 전격 취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뒤따를 법적 소송과 예산 반납이라는 부담이 도사리고 있다. 금강개발과 관련,충남도 관계자는 "지난 3월과 4월 시공사들과 계약을 끝내고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도 차원에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거나 제동을 걸 방법은 없다"며 "충남도가 계약을 파기한다면 소송에 휘말리는 등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반대자인 김 당선자와 안 당선자가 정치권 및 환경단체와 함께 정치적 행동에 들어가 반대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 선거 이전에 벌어졌던 4대강 반대정치 투쟁 시대로 다시 되돌아 가는 셈이다.

하지만 도지사의 업무 중 90%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과 사업을 따내는 일이어서 도지사가 중앙정부의 국책사업을 비법률적 행위로 무조건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4대강 사업이라고 해서 모든 지자체가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영산강의 경우 선거 이전부터 민주당 지자체장(박준영 도지사)이 인허가권을 갖고 있었지만 사업에 적극 협조해 6개월째 순조롭게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곳의 공정률은 12.2%다. 나주시 노안면 죽산리 죽산보 건설현장 인근의 학산마을 주민 이정식씨는 "처음엔 토지보상가를 놓고 정부와 주민 간 이견차가 커 주민 반발이 컸으나 지금은 사업 완료 후 마을에도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11월 본격 공사에 들어간 4대강 사업은 총 22조원의 공사비(지류하천 정비사업 포함)가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현재 전체 공정의 16%가 진행되고 있다. 한 도지사는 "4대강 사업은 중앙정부 사업이어서 지자체장이 휘두를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지금 단계에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지사가 되기 전과 된 후 국책사업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가 '노무현 말뚝박기'라면 4대강 사업은 '이명박식 말뚝박기'인 셈이다.

김동민/김태현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