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종시 전면 재검토"…'부처 추가이전' 절충안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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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부처 이전으로 野와 타협 가능성
장기과제로 넘어갈땐 '자연死' 할수도
장기과제로 넘어갈땐 '자연死' 할수도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에 야권 후보가 일제히 당선되면서 반대 여론의 장벽에 또다시 부닥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종시 수정을 곧바로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청와대 및 여당의 일각에서는 재검토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포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전략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보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세종시 수정안의 '절충안'을 마련해 타협점을 찾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개월반 계류 중인 세종시 수정법률
정부는 지난 3월23일 세종시 특별법 수정안을 비롯해 5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에 상정도 되지 않은 채 70여일 동안 계류 중이다. 정부는 4월 임시국회 때 처리되기를 희망했지만 야권의 반발,여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의 분열 등으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에는 세종시 수정 작업은 모두 국회로 넘어가 있는 셈"이라며 "향후 일정도 정치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공사는 대부분 중단된 채 총리실 청사 등 일부 공사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정부 청사는 2012년 말 입주 예정이었지만 공사 지연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수정원칙 변함 없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측은 아직까지 "세종시 수정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도 선거 이후 세종시 문제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운찬 총리의 향후 거취가 세종시 수정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잣대라고 입을 모은다. 정 총리는 '세종시 총리'라고 불릴 정도로 세종시 수정과 '패키지'로 묶여 있다. 정 총리의 사의표명은 곧바로 세종시 '출구전략'을 의미한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달리 정 총리는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지난 3일 사의표명에 앞서 정 총리에게 사전에 통보하고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미뤄보면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고 풀이했다. 정 총리는 4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나리오
진퇴양난에 빠진 정부와 여권이 내놓을 수 있는 해법은 △야당과 합의를 통해 '수정안의 수정안(절충안)'을 마련하거나 △차기 정권에서 해결하도록 장기과제로 넘기거나 △깨끗하게 포기하는 방법 등이다.
'원안 회귀'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과 정국 주도권 상실로 연결될 수 있는 데다,삼성 한화 등 세종시 입주 예정기업의 투자계획까지 물거품이 된다는 점에서 선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장기 과제'로 남겨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MB정부에서는 국정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도 분할을 양심상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차기 대선 때 심판을 받거나,차기 정부에서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논리다. 이 경우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여권이 '정부부처 이전 백지화' 원칙에서 한발 양보,야당과 타협안을 만드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이다. 기업과 대학들은 당초 수정안 계획대로 입주하는 한편 정부 부처 2~4개를 세종시로 내려 보내는 선에서 여야 간 절충점을 찾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다면 야당과의 타협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