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공업이 전체 상장 주식 수의 20%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기로 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가 부양 외에도 2대 주주의 지분 매각 문제가 걸려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유화는 지난 4일 장 마감 후 회사주식 170만주(지분 20.73%)를 오는 28일까지 주당 5만6000원에 공개매수한 뒤 소각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회사 측이 부담할 금액은 952억원에 이른다. 시가총액 3583억원(4일 기준)의 26.5%를 투입하는 셈이다. 증권업계에선 대한유화의 이익 소각은 최근 진로(314억원)나 아세아페이퍼텍(40억원) 등의 소각 물량과 비교해 볼 때 워낙 규모가 크다며 이례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대한유화 측은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어 이사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한유화의 공개 매수 단가는 현 주가 4만3700원(4일 기준)보다 28.1% 높아 7일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각 결정에는 2대주주인 H&Q국민연금에 대한 '배려'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유화는 이순규 회장과 특수관계인(38.66%) 외에 재무적 투자자인 'H&Q국민연금' 제1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공동 보유자로서 21.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07년 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대한유화 주식 174만주를 사들인 H&Q국민연금은 지난해 이를 되팔려다 실패했다.

따라서 대한유화는 H&Q국민연금이 지분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대안으로 이익 소각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H&Q국민연금이 3년 전 대한유화 주식을 주당 4만3800원에 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주당 1만2200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대한유화 입장에선 2대 주주의 지분 매각이 언급될 때마다 부각됐던 인수 · 합병 논란을 잠재우는 효과도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