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상속세를 낸 적이 있거나 앞으로 내야 할 상황에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부유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은 전국민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에 해당하는 이유로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는 현행 가장 높은 누진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탓이다. 상속세는 10%부터 최고 50%의 세율로 과세된다.

◆사전 증여로 상속세 줄이자

상속과 증여는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면 증여고 사망한 이후에 망자의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이다. 결국 상속과 증여의 차이는 재산의 무상이전이 사망하기 전에 이뤄졌는지,사망한 이후에 진행됐는지의 차이다. 그래서 상속세나 증여세는 계산하는 공식과 세율이 같다. 다만 계산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상속세는 재산을 주는 사람,즉 피상속인(망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상속세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를 줬는가'를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이에 따라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에 어떻게 분배를 하는지에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상속세의 계산결과는 동일하다.

반면 증여세는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세금을 산정한다. 증여받는 사람을 쪼개면 더 낮은 세율을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증여세가 줄게 된다. 즉 증여할 때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에게,두 사람보다는 세 사람에게 증여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계산 구조적인 면에서 볼 때 증여세가 상속세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사전 증여는 상당한 액수의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는 사전 증여로 상속세를 줄이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해서 10년(상속인 외의 자는 5년) 이내에 증여한 경우에는 그 증여재산을 상속세 계산시 다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증여할 당시의 재산을 합산해서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한 뒤 상속세를 계산하고 당시에 납부한 세금은 차감해서 정산하도록 한다. 충분히 건강할 때 증여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증여를 받을 때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나눠 받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에게 3억원을 받는 것보다 세 사람에게 1억원씩 나눠 받는 것이 낫다. 증여세도 상속세의 계산과 비슷하게 증여받은 날부터 소급해서 10년 이내에 동일인에게 증여 받은 적이 있다면 그 금액을 반영해서 계산한다.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은 다시 합산해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계산하고 당시에 납부한 증여세는 공제해서 그 차액을 납부한다.

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증여한 사람이 직계존속일 경우에는 배우자도 동일인으로 판단해 과거의 증여재산과 합산한다. 아버지가 증여한 것은 어머님이 증여한 것과,할아버지가 증여한 것은 할머니가 증여한 것과,외할아버지가 증여한 것은 외할머니가 증여한 재산과 합산해 증여세를 계산한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증여해야 한다. 건강에 자신이 없다면 사위나 며느리 손자 손녀에게 증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서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합산하도록 돼 있는데 상속인 외의 사람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합산기준이 5년으로 단축된다. 손자와 손녀 사위 며느리는 법정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게 증여한 후 5년이 지나면 상속세 계산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상속세 합산기간 중에 사망해 이미 증여한 재산이 다시 합산돼 상속세가 계산되더라도 사전 증여는 의미가 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합산하는 증여재산은 증여세를 계산할 당시의 평가액을 사용한다. 과거에 증여한 후 그 재산의 평가금액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과거 증여세를 신고하고 납부할 당시의 평가액을 합산하는 것이다. 결국 재산가치의 상승이 기대되는 부동산이나 주식은 사전 증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아무리 사전 증여가 유리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상속이 진행되기 전에 증여를 진행할 경우 내지 않아도 되는 상속세를 증여세로 낼 수도 있다. 상속세는 증여세에 비해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이 불리하다. 사망할 당시의 피상속인(망자) 명의로 돼 있는 모든 재산에 대해서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속세가 증여세보다 세금계산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상속세는 증여세에 비해 공제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생존해 있을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10억원까지 상속세가 없고 법정상속인으로 배우자만 있을 경우에는 최고 35억원까지 상속세가 나오지 않는다.

◆세율구간 10~20%라면 시가로 계산

재산의 평가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時價)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기준시가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세법에서는 시가를 평가하려고 노력해도 시가가 확인되지 않을 때에 한해서 기준시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즉 시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기준시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준시가는 시가의 60~80% 정도 형성돼 있다. 시가를 선택하면 부동산 등의 평가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러나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기준시가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기준시가의 선택이 반대급부로 향후 다른 세금을 늘릴 수 있어서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신고는 향후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상속세나 증여세와 다르게 양도소득세는 예외 없이 실거래가액으로 계산해야만 한다. 또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상속세나 증여세를 신고할 때의 평가금액으로 결정된다. 만약 상속세나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 기준시가를 선택해서 세금을 계산했다면 그 부동산의 취득가액은 상속 또는 증여 당시의 기준시가가 된다.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매각하는 금액은 실제 매매가액이 되고 취득가액은 상속받거나 증여 받을 당시의 기준시가가 돼 매매차익은 커지고 양도소득세의 부담도 같이 커진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할 때 어떤 기준으로 시가와 기준시가를 선택해야 할까. 양도소득세는 매매차익에 대해서 6~35%의 세율로 과세하는 반면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속(증여) 당시의 평가금액에 10~50%의 세율로 과세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세율구간이 30%를 초과한다면 일단 기준시가로 선택해서 상속세나 증여세의 세금을 줄이는 것이 좋다. 양도소득세를 고려해 시가를 선택하게 된다면 양도소득세의 세율보다 더 높은 40~50%의 높은 세율로 상속세나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분명 무거운 세금이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세금이다. 최종적으로 줄여 할 세금은 상속세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증여를 해야 한다. 이왕 서둘러 증여할 것이라면 증여세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채무와 보증금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증여하는 부담부증여도 증여세를 줄이는 방법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PB사업부 세무사 wonsem@kbst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