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한국시간) 세계 각국의 스포츠팬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날아온 소식에 깜짝 놀랐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이 독일의 명문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에 2-0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인터 밀란은 올 시즌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5연패를 거둔 강팀이지만,유럽 챔피언에 오른 것은 1964~1965 시즌 우승 이후 무려 45년 만이다.
6년 전 챔피언스리그 2003~2004 시즌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유럽 축구의 변방이던 포르투갈의 FC포르투가 주인공이었다. 무명에 가깝던 이 팀은 이후에도 2년간 포르투갈 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첼시가 10년간 번갈아가며 우승컵을 가져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을 누르고 우승하며 영국 축구계를 뒤흔들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기적을 만든 승부사가 모두 동일인이라는 점이다. 호세 무링요 감독이다. 별명이 '우승 청부사'다. 무명 선수 출신이지만 지난 네 시즌 동안 우승 타이틀만 7개를 거머쥐었다. 똑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그가 이런 성과를 이룬 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무링요 감독은 모험가를 자처한다. "남자라면 모험을 즐겨야 한다. 나는 이를 즐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군데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팀,새로운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인터 밀란에서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음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그의 도전과 모험 뒤에는 확고한 자기 신념이 뒷받침돼 있다. 포르투에서 프리미어리그 최고팀인 맨유를 상대할 때도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신뿐이다. 축구에서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는가?"라며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본인 스스로 "나는 주변에 널려 있는 시시한 감독이 아니다. 스페셜 원,특별하고 유일한 존재다"라고 할 정도다.

그의 신념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어떤 일이 있든 맡은 선수들을 믿고 존중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그는 스타 플레이어를 데려오는 데 관심이 없다. 자기 팀 선수들을 키우는 데 올인한다. 첼시를 맡을 때는 미드필더 프랭크 램파드를 두고 "그는 완벽한 선수다. 그 누가 어떤 선수를 내놓는다 해도 절대 바꾸지 않겠다"며 기를 살렸다. 경기 중 선수들이 흥분하면 직접 나서 진정시킨다.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울고 웃는다.

"돈으로 챔피언이 될 수는 없다. 승리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나는 맨유의 10% 예산으로 포르투를 이끌고 맨유를 박살냈다. 그것이 그 증거다. " 포르투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그가 한 말이다. 자신에 대한 신념,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의 힘을 무링요 감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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