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남풍(南風)에 이어 동풍(東風)이 거세게 일고 있다.

헝가리의 재정위기에 7일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에 1600선까지 깨지면서 휘청거렸다. 지난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간신히 1660선까지 회복된 코스피 지수는 이날 헝가리 등 동유럽 재정위기에 털썩 주저앉았다.

새로 출범한 헝가리 정부는 지난주 재정적자 규모가 이전 정부가 밝혀온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유로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주말 유럽증시는 폭락했고, 미국 뉴욕증시는 헝가리 악재를 고스란히 흡수하고 다우지수는 1만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했다. 때문에 이날 국내 증시는 하락할 것으로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헝가리 사태에 대해 조정의 과정 중 터져나온 요인이라며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한편, 이번 급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진행중…일단 기다려야"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진행형이며, 헝가리도 거기에 속한 한 국가에 불과하다"며 기존의 조정 의견을 유지했다.

오는 7월 남유럽, 특히 스페인 국채만기 일정을 앞두고 주식시장은 계속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는 전망이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과 의사결정 방식이 시장에 신뢰를 충분히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된다는 얘기다.

황 연구원은 "중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동조화에서 벗어나 펀더멘탈의 차별화로 갈 것"이라며 "코스피 지수는 1500~1700선 내 등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이 날의 증시하락에는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반등을 활용해 주식비중을 줄이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는 프로그램이 방어하고 있지만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헝가리 문제는 자체정부가 만들었지만 6월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미국 국채만기가 집중되어 있고 한국도 채권만기가 있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로·달러 환율의 안정이 일단 필요한 시점으로 환율 안정때까지 관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 역시 "글로벌 정부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당분강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주가 상단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헝가리와 그리스는 다르다…금감원 "익스포져 5억4000만달러로 미미"

반면 저가매수를 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헝가리 재정위기가 그리스 만큼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는 말라는 얘기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헝가리의 경제규모는 작고 국가 재무건전성도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양호하다"고 전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헝가리의 재정문제는 그리스에 비해 영향력이 작을 것"이라며 "단기적인 혼란 이후 헝가리 문제는 전개과정에 따라 증시 반등의 기조를 나타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성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변동성을 기회로 삼으라"며 "국내 증시가 헝가리 사태와 미국 경제지표 둔화에 따른 공포감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가 1550선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악재들로 인해 조정을 받는다며 이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IT(정보기술)와 화학업종은 저개매수하라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4월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5억4000만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총 대외익스포져 533억달러 대비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출금 4억1000만달러와 유가증권 8000만달러, 지급보증 5000만달러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 규모가 크지 않아 헝가리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더라도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헝가리 재정위기가 유럽의 다른 국가로 확대돼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모니터링과 외환 수급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하나·변관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