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뒤 노후 생활비를 자녀가 한푼도 도와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2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후 생활비는 월 200만원대,은퇴 후 홀로 생활하는 기간은 5~10년 정도를 가장 많이 예상했다.

최근 삼성생명 FP센터가 상담 고객 512명을 상대로 은퇴준비 상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은퇴 후 노후 생활비 중 자녀에게 부양받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없음'이 53.9%,'20% 미만'이 32.8%에 달했다. 노후 자금 중 50% 이상을 자녀가 대 줄 것으로 생각하는 고객은 1.6%에 불과했다.

'은퇴 후 노후생활비가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200만~300만원 미만이 32.7%로 가장 많았고 300만~500만원 미만 27.4%,100만~200만원 미만 19.6% 등이었다. 노후 생활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자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대다수임에도 정작 자신들의 은퇴준비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다'(7.4%),'생각만 하고 있다'(33%) 등 실행에 옮기지 못한 사람들이 40%에 이르렀다. 충분히 준비됐다는 사람은 4.7%에 그쳤다.

노후 준비 방법으로는 임대용 부동산(35.2%)이 1위를 차지했으며 연금(34.2%) 금융자산(22.5%) 토지(5.1%) 아파트(3.1%)의 순이었다. 노후 생활비 중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비중은 20% 미만(58.9%)이 가장 많았다. 특히 국민연금의 수령 예상액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 정도만이 제대로 답해 인식 부족을 드러냈다.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생활할 기간이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5~10년(50.2%)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부인의 연령이 남편보다 2~3살 정도 적은 반면 기대수명은 6년 정도 길어 여성의 경우 노년에 8~9년 정도 홀로 생활할 가능성이 높다. 혼자 남았을 때를 대비해 부부가 각각 은퇴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송병국 FP센터장은 "서양인들은 은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즐거움 여유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로움 빈곤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며 "은퇴준비는 조금씩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남성 253명과 여성 259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연령별로는 △20대 3.7% △30대 22.9% △40대 37.9% △50대 26.8% △60대 이상 8.8%였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