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TV 중계권료는 27억달러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의 20억달러보다 30%가량 늘어난 액수다. 독일월드컵 중계권료는 2002년 한 · 일월드컵 때보다 15.4% 인상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중계권료 수입은 17억3000만달러였다.

월드컵의 최대 수입원인 중계권료는 보통 2개 대회를 묶어 패키지로 판매한다. 미국의 유니비전과 ESPN 두 방송사는 2010년과 2014년 등 2개 월드컵 대회 중계권료로 4억2500만달러를 지불했다. FIFA가 단일 국가와 맺은 중계권 계약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유니비전은 미국 내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중계 채널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방송사들은 10억유로를 지불했다. 한국은 SBS가 남아공월드컵에 6500만달러,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7500만달러 등 총 1억4000만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문제는 치솟는 중계권료만큼 수익도 상응해서 발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방송사들의 수입이 직전 대회보다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서 월드컵 중계권이 '유료채널'로 넘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유료채널이 활발한 곳은 유럽이다. 현재 유러피언리그 축구는 유료채널이 중계권을 장악하고 있다. 유료채널의 성장 배경은 2002년 한 · 일월드컵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과 아시아의 시차 때문에 주요 방송사들이 주목도가 낮은 경기를 중계하지 않으면서 유료채널에 성장 발판을 마련해줬다.

방송사들의 경영난도 유료채널의 파워를 키우는 요소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월드컵 64경기 가운데 8경기가 유료채널(Canal Plus)을 통해 중계된다. 중계권을 보유한 'TF1'이 지난 겨울 광고 수입 급감으로 일부를 유료채널에 팔았다.

스페인의 유료채널 'Sogecable'은 40개 경기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고 이탈리아의 'Sky Italia'는 39개 경기를 유료로 중계한다. 중동의 알 자지라 방송도 프리미엄 채널을 통해서만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월드컵 등 스포츠 중계 시장은 '수입 극대화'냐 '커버리지 극대화'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왔다. 유료채널이 활성화된 유럽도 결승전과 준결승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는 무료로 방송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월드컵 전 경기를 BBC와 ITV에서 중계토록 하고 유료채널 중계를 차단했다.

중계권 시장은 태생적으로 '머니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중계권료를 갱신할 때마다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점의 과실은 달콤하지만 훗날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