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펙 7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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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참 많이 달라졌다. 필자가 초 · 중 · 고를 다니던 60~70년대에는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나고 자라 학교 외에는 배움터가 없었으므로 학교에 대한 애착과 향수가 남다르다. 집안 형편상 곧바로 고등학교 진학을 못했지만 주경야독 끝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 기쁨은 남달랐다. 요즘 아이들은 필자가 예전에 느꼈던 것처럼 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깨우치는 기쁨을 얼마나 알까. 많은 아이들이 이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미리 배운다니 학교에서 배우는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얼마 전 친지모임에서 오랜만에 대학에 다니는 조카를 보았다. 젊음과 낭만이 깃든 옛 추억의 캠퍼스가 떠올라 조카에게 요즘 대학생활의 재미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말로만 듣던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스펙이란 'Specification'을 줄인 말이다. 구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격명세서를 말한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소위 취업을 위해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고들 한다. 요즘은 스펙 6종 세트가 유행이란다. 학벌,학점,토익점수,인턴십 경력,자격증,봉사활동 등을 말한다. 여학생은 여기에 성형을 하나 더 추가해 이를 '스펙 7종 세트'라고 한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나는 조카에게 "너희 참 요즘 고생한다"라는 말밖엔 해주지 못했다.
스펙쌓기는 비단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제중,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스펙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펙을 관리해 주는 학원과 스펙브로커는 물론 돈으로 봉사점수와 수상경력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해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창의력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했는데,이러한 제도 도입이 과도한 스펙쌓기로 인한 사교육 열풍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떤 시대든 바람직한 인재상은 뭘까? 공자가 주장한 인의예지용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관되게 교육하면 무엇이든 스스로 노력해 얻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홀로서기가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현대사회에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행 같아 보이기도 하다. 단순히 좋은 학교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 비슷비슷한 스펙만을 쌓는다는 것은 너무 소모적인 경쟁이 아닐까. 이런 경쟁은 그리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루 빨리 공교육을 통해 인의예지용(仁義禮知勇)에 바탕하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깊은 내면을 지닌 인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진정으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배려하는 삶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pyok@habmail.net
얼마 전 친지모임에서 오랜만에 대학에 다니는 조카를 보았다. 젊음과 낭만이 깃든 옛 추억의 캠퍼스가 떠올라 조카에게 요즘 대학생활의 재미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말로만 듣던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스펙이란 'Specification'을 줄인 말이다. 구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격명세서를 말한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소위 취업을 위해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다고들 한다. 요즘은 스펙 6종 세트가 유행이란다. 학벌,학점,토익점수,인턴십 경력,자격증,봉사활동 등을 말한다. 여학생은 여기에 성형을 하나 더 추가해 이를 '스펙 7종 세트'라고 한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나는 조카에게 "너희 참 요즘 고생한다"라는 말밖엔 해주지 못했다.
스펙쌓기는 비단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국제중,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스펙 관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펙을 관리해 주는 학원과 스펙브로커는 물론 돈으로 봉사점수와 수상경력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해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창의력과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한다고 했는데,이러한 제도 도입이 과도한 스펙쌓기로 인한 사교육 열풍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떤 시대든 바람직한 인재상은 뭘까? 공자가 주장한 인의예지용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관되게 교육하면 무엇이든 스스로 노력해 얻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홀로서기가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현대사회에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유행 같아 보이기도 하다. 단순히 좋은 학교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두 비슷비슷한 스펙만을 쌓는다는 것은 너무 소모적인 경쟁이 아닐까. 이런 경쟁은 그리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루 빨리 공교육을 통해 인의예지용(仁義禮知勇)에 바탕하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깊은 내면을 지닌 인재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진정으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배려하는 삶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pyok@hab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