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칭다오에서 사업을 하는 한 한국인이 3년 전 '삼다수'란 한글 중국어 영문명을 모두 중국에서 먼저 등록한 탓이다. 제주도개발공사가 현지에서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한 것으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다수가 중국에서 '삼다수'로 불리지 못하는 이유다. 삼다수는 중국인들에게도 친숙한 브랜드 중 하나다. 한국 생수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무비자 덕에 한국 내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주도에서 팔리는 생수 10병 중 8병이 삼다수이기 때문이다. 삼다수가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베이징 국중법률컨설팅의 김덕현 대표는 "삼다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중국에서 상표를 먼저 등록한 탓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가 2002년 말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서 중국 기업으로부터 셴다이치처(現代汽車 · 현대자동차라는 중국어 표현) 상표를 사들인 것도 한 사례일 뿐이다. 현대차는 이를 계기로 출시하지 않은 모델의 중국명까지 출원을 마쳤다. 세계 최대 요구르트 업체인 다농이 지난해 중국의 와하하와 합작관계를 청산한 배경에도 상표 문제가 있었다. 합작법인의 상표를 와하하 측에서 자체 제품에 도용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와하하는 상표가 중국에서 제대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양사는 '파경'에 이르게 됐다. 치루이자동차가 2005년 GM대우의 마티즈를 닮은 소형차 QQ로 중국에서 잘 나갈 때 GM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치루이를 옹호하며 내세운 논리는 "GM이 마티즈 지식재산권을 중국에서 먼저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지재권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김 대표는 "중국은 '짝퉁'이 많아 지재권 등록을 해도 소용없는 국가라고 생각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짝퉁' 소송 위협에 시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류를 상하이에 수출해온 한국의 A사는 가격이 맞지 않아 중국의 수입 대리상을 바꾸려 하자 대리상이 몰래 등록한 상표권을 내밀며 위협하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 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이 한국 기업에 또 하나의 내수시장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도 보다 치밀한 대중국 특허 전략을 짜야 할 때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