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상업도시 요하네스버그의 파크 스테이션.7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 깃발을 단 투싼,쏘나타 승용차가 시내 중심가를 뒤덮었다.

현대 · 기아자동차가 각국 선수와 VIP를 실어나르고 관람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남아공 9개 도시에 830여대의 차량을 푼 것이다. 현대 · 기아차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인 이노션의 고명영 차장은 "이곳뿐만 아니라 전 세계 현지법인이 동원한 마케팅 차량까지 합치면 대회 기간에 깔리는 현대차는 6000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을 전후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파트너(6개)와 스폰서(8개)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푸는 돈만 16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 이들이 월드컵 마케팅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FIFA에 낸 돈은 6억달러(약 7400억원)를 웃돈다. FIFA와 계약을 맺지 않은 기업들이 '앰부시(매복) 마케팅'에 쏟아붓는 비용까지 합치면 810억달러(약 100조원)가 넘는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 타이틀은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을 상징한다. 1930년 1회 월드컵 대회 때 음료수를 제공하며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든 FIFA 최고(最古) 파트너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687억달러(약 85조원)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구남주 한국코카콜라 부장은 "월드컵 때마다 매출이 급증하는데,한 · 일월드컵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도 스포츠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에 브랜드를 알린 '월드컵 기린아'다. 남아공월드컵의 스포츠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티에리 웨일 FIFA 마케팅 디렉터는 "2002년 월드컵부터 파트너가 된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FIFA의 다른 이벤트에도 차량을 지원하는 등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이번 월드컵에 6000억원을 투입한 현대 · 기아차는 '어게인 2002'를 모토로 한 · 일월드컵의 명물인 거리응원을 전 세계에 퍼뜨릴 계획이다. 100억여원을 들여 서울시청 앞 광장과 똑같은 세트장을 26개국,36개 도시에 차리고 대형 스크린,자동차를 무대로 현지인들과 응원전을 펼친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월드컵 파트너 기업들이 지구촌 소비자들에게 '월드 베스트'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라운드 밖에서 혈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임원기/송형석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