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24 · 신한은행)가 소리 없이 진군하고 있다. 김경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골프 개인 ·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뒤 프로로 전향,그 이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두 대회를 연속 제패한 선수다. 당시 그를 두고 '슈퍼 루키'라고 했다.

김경태는 2007년 KPGA투어에서 3승을 올린 뒤 잠잠했다. 2008년에는 일본골프투어(JGTO)에 진출했으나 최근까지 다섯 번이나 우승문턱에서 좌절했다. 거리가 안 난다,볼이 가볍다,마음이 약하다 등의 평가를 받으며 와신상담해온 김경태는 지난달 30일 마침내 JGTO 다이아몬드컵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켰다. 2007년 삼능애플시티오픈 우승 후 3년 만의 정상이었다.

김경태는 이 상승세를 타고 이제는 한국 골퍼로는 처음으로 일본투어에서 상금왕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그는 지난 6일 끝난 일본골프투어챔피언십까지 올해 출전한 JGTO 다섯 개 대회에서 우승 1회,공동 4위 두 차례,그리고 11위와 14위를 기록했다. 올해 벌어들인 상금은 4023만2000엔(약 5억2300만원).대회당 1억여원꼴이니,미국PGA투어에서 올해 대회당 1억5000만원꼴을 번 최경주 부럽지 않다. JGTO 상금랭킹 3위로, 선두 후지타 히로유키와는 1300만엔 차이가 나지만,김경태의 기세라면 역전을 못하라는 법도 없다.

김경태는 "한국남자골프 수준도 높아져 9월 한 · 일전에서 일본과 해볼만하게 됐다"며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상금왕을 노려보겠다"고 내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김경태가 달라진 것은 쇼트게임이다. 쇼트게임이 자신있으므로 어프로치샷이 그린에 안 올라가도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언샷을 자신있게 구사하고 버디 기회도 많이 만들게 됐다는 것.그러나 한국보다 깊은 일본 골프장의 러프는 지금도 어렵다고 실토한다.

김경태의 세계랭킹은 역대 최고인 68위로 '톱50' 진입이 가시권이다. 그는 "열흘 후 열리는 US오픈엔 못 나가지만,브리티시오픈이나 USPGA챔피언십엔 JGTO 상위랭커로서 기회가 오면 나갈 계획이다"며 "미국PGA투어 도전은 좀 더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