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호주에 가면 캥거루와 코알라 사진 찍어와~."

딸아이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며 머나먼 호주로 공간이동을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10시간 동안 날아가 빡빡한 일정이 시작됐다. 이번 연수는 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제2기 '21세기 신(新)노사관계 전문가과정'의 일환이었다. 노조 간부와 인사 · 노무 관리자들의 노사관련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개설된 이 과정은 지난해 노사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내게 '희망의 빛'처럼 다가왔다.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격주 화요일 한경아카데미에서 진행중인 강의와 연수프로그램에 호주 연수과정이 있다. 연수는 지난 5월 24일부터 29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짧은 기간에 호주 현지의 노사관련 각 기관을 돌아보고,다양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배우기에 바빴다. 첫 방문이어서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지만 관광 욕심을 내기에는 일정이 빠듯했다. 이동하는 시간에 주변을 둘러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첫 방문지는 스트라스필드 시정부(Strathfield Council)였다. 스트라스필드 부시장 겸 시드니종합법률사무소 대표인 권기범(영어이름 케이트 권) 변호사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호주 연방이 만들어진 배경과 연방정부,뉴사우스 웨일즈 주 정부,지방정부의 구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트라스필드 지방자치와 노사관계 제도에 대한 소개,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방문지는 페어 워크 옴부즈만(Fair Work Ombudsman).호주 노사관계법에 대한 조언과 교육을 실시하고 전국 노사관계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곳이다. 직장 내 권리와 의무에 대한 정보 출판,중소기업을 위한 자원과 정보 제공 등의 일도 담당한다. 헬렌 유엔 고위감독관은 우리들의 다양한 질문 공세에도 당혹스러워하지 않고 충실하게 답변해줬다. 그를 보며 같은 일도 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세 번째 방문지는 노사관계재판소격인 페어 워크 오스트레일리아(Fair Work Australia)였다. 최저 임금 보장을 위한 안전망과 고용조건,기업 매매,노동쟁의,분쟁해결,고용종결 등 노사관련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노사관계 재판이 이뤄지는 장소를 찾아가 재판에 관한 프로세스를 듣고 자유 질의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업무를 담당하는 대다수가 과거 노사관계 업무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다. 권한과 의무가 확실하게 적용되는 사례를 보면서 무슨 일이든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시드니에는 한국 같으면 국보급으로 대접받을 나무들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500년 이상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도시 개발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있었다.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켜준 한그루의 나무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노사관계를 다시 생각해 봤다. 그래,노사관계에 있어서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사람'일 거야! 호주 사람들이 도시를 개발하면서 한그루의 나무를 생각하듯,노사관계도 내 목소리만 높이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사람이란 공통분모 안에서 노사 간에 제대로 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이뤄지지 않을까.

과거엔 교육보다 업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업무를 위해서라면 교육은 희생양이 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21세기 신노사관계 전문가과정'이 그 어떤 업무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내가 부딪히게 될 노사문제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해 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주 연수를 통해 변화된 내 모습을 돌아본다. 또 글로벌 노사관계에 대한 '생각의 눈'을 뜬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수확이었다.

▶21세기 신노사관계 전문가과정

기업과 공공 부문의 노조 간부,인사ㆍ노무 관리자들의 전문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설됐다. 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주관한다. 제2기 강의는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격주 화요일 한경아카데미에서 진행 중이다. 노사 협상의 전략과 전술,노사관계의 실태와 대안 등 심도 깊은 강의가 진행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포럼도 연다. 제3기 과정은 내년 3월께 개설할 예정이다.



한영규 대우증권 노동조합 경영참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