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화봉책박물관이 지난 5일부터 서울 관훈동 화봉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100 · 65 · 60展(전)'과 갤러리 떼(관장 신영수)가 서울 관훈동 백송화랑 2층에서 열고 있는 '전쟁과 일상-한국전쟁 60주년 기획전'이다.

화봉갤러리의 '100 · 65 · 60전'은 한 · 일병합 100년,해방 65년,한국전쟁 60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아픔을 되새기는 전시회다. 한 · 일 강제병합을 알리는 일본 천황의 조서와 조선 황제의 조칙 · 칙유,데라우치 통감의 유고를 일본어와 한글로 병기한 책자(1910년),한 · 일 강제병합을 국민에게 알리는 순종 황제의 칙유(1910년),1899년 영국의 'VANITY FAIR'지에 실린 고종 황제의 캐리커처를 비롯해 도서 · 문서 · 포스터 · 공고 · 사진 · 엽서 전단(삐라) 등 198종 265점이 전시된다.

곡물과 상품을 매점매석하는 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모리배를 박멸하자는 내용으로 해방 직후 미군정청이 발행한 포스터,'求是軒(구시헌)'이라 쓴 김구 선생의 글씨,미국의 한 출판사가 발행한 한국전쟁 상황도,한국전쟁 때 북한 측이 미국 강점자를 격멸하라며 발행한 포스터,1950년 9월 서울 탈환을 축하하는 군중대회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7월27일까지.(02)737-0057

갤러리 떼의 '전쟁과 일상'전은 전쟁의 무거운 기억보다 3년여의 전쟁 중에도 계속된 사람살이의 소소한 일상을 300여점의 유물과 함께 보여준다. 전후 물자가 귀하던 시절,전쟁이 남긴 물건을 하나도 버림 없이 재활용했던 아버지,할아버지 세대들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군용 지프 뒤에 비상용으로 달고 다니던 철판은 꼭지를 달아 기름통과 쓰레받기가 됐다. 군용드럼통은 가지런히 오려내 교통표지판을 만들었고,헬멧은 재래식 화장실에서 인분을 퍼내던 바가지로 변신했다. 기와를 대신해 지붕을 덮거나 호롱불을 켜기 위한 작은 기름통으로 탈바꿈한 미제 깡통,휴대용 가방과 채반으로 변신한 일명 '삐삐선'(군용 전화선),등잔이 된 수류탄,작은 절굿공이가 된 중공군의 '방망이 수류탄' 등은 파괴의 도구였던 무기가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한 사례들이다.

전쟁 후 국시(國是)가 된 반공의 흔적들과 인해전술로 유명했던 중공군의 훈장과 상이군인 수첩,솜을 넣은 군복과 군용담요,항미원조(抗美援朝 · 미국에 대항해 북조선을 돕는다)의 구호가 적힌 컵 등도 기억을 되살린다. 20일까지.(02)733-2190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