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언론들은 2명의 여성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간 총리의 부인 노부코(伸子 · 64 · 사진) 여사와 행정쇄신상에 발탁된 모델 출신의 대만계 렌호(蓮舫 · 42) 참의원 의원이다. 두 사람 모두 강한 정치적 이미지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대중적으로는 간 총리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뉴스메이커다.

일본 언론들은 간 노부코 여사를 남편 못지않은 '정치 논객'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카야마 출신인 노부코 여사는 쓰다주쿠대와 와세다대를 동시에 졸업했다. 한 살 연상의 사촌 누나인 그는 대학 시절 간 총리 집에 하숙하면서 서로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사촌 간 결혼이 허용돼 있지만 두 사람의 결혼을 집안에선 반대했다. 고향에서 친정어머니가 상경해 결혼을 뜯어말리려고 시작한 가족회의가 일본의 핵 보유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두 사람 뜻대로 결혼이 이뤄졌다는 일화가 있다.

별명이 '일본판 힐러리' '가정 내 야당'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집에서도 대화의 80%는 정치 얘기라고 한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으로 1998년 간 총리의 여성 스캔들이 터졌을 때 "당신은 허술한 게 흠"이라며 남편을 질책했던 얘기도 유명하다.

행정쇄신상에 내정된 렌호 의원도 간 총리 시대에 떠오른 여성이다. 낭비 예산 삭감과 관료 개혁을 주도하는 행정쇄신상은 민주당 정권에서는 핵심 중 핵심이다. 렌호 의원은 대만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1948년 대만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무역업을 했다.

도쿄에서 태어난 렌호 의원의 성(姓)은 세 번 바뀌었다. 이중국적이던 어릴 때에는 아버지의 성을 따라 '셰(謝)'로 쓰다가 18세에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