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융투자업계(증권업계)의 은행 소액결제 공동망 특별 참가금 반납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만약 금융투자회사들이 소액결제 공동망에 가입하면서 내기로 했던 참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공동망에서 강제로 탈퇴시키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에 맞서 법무법인 김&장을 대리인으로 정해 참가금을 깎아 달라는 법적 절차를 밟기로 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법적 절차 시작한 금융투자업계

25개 금융투자회사들은 지난해 은행 공동망에 참여했다. 이때 내기로 한 참가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 아래 최근 회사별로 김&장과 법률대리 계약을 맺었다. 금융투자회사들은 조만간 공동망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금융결제원(은행업계)의 부당 행위를 받아들이면 이를 토대로 특별 참가금 반납을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은행업계가 마찰을 빚게 된 것은 지난해 7월.금융투자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송금,계좌 이체,공과금 납부 등의 지급결제를 하려면 금융투자회사는 은행이 구축해 놓은 공동망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25개 금융투자회사들은 지로,전자금융,타행환,현금지급기(CD),전자결제 대행,직불카드 등 6개 공동망에 가입하기로 하고 가입비 명목의 특별 참가금 4005억원을 내기로 은행들과 합의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한국은행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참가금이 과다 계상됐다고 지적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감사원이 참가금의 70% 정도가 과다 계상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참고하고 내부적으로 참가금을 다시 산정해 800억원이 적정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3200억여원을 깎아 달라는 얘기다. 이를 토대로 금융결제원에 참가금을 다시 정하자며 요구하고 나섰다.

◆강제 탈퇴도 고려하는 은행업계

은행업계는 이 같은 금융투자업계의 요구에 대해 △감사원이 과다 계상 결론을 내렸지만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고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과 저축은행중앙회 등도 같은 기준으로 이미 참가금을 냈으며 △금융투자업계가 반환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은행업계는 이와 함께 4005억원을 5~7년 동안 나눠 내도록 해 이자를 감안하면 사실상 18%를 할인해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업계의 거부에 따라 금융투자업계는 우선 공정위 신고를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만약 공정위에서 은행 편을 든다면 다음 단계로는 행정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로부터 1차로 받은 참가금이 700억원을 약간 웃도는데,금융투자업계의 공동망 참여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 쓴 돈만 500억원에 이른다"며 "타 업권과의 형평성이나 서약서 등을 검토한 결과 공정위 조사뿐 아니라 법정소송에서도 밀릴 것이 없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투자업계가 약속대로 돈을 내지 않으면 공동망에서 강제로 탈퇴시키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