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일관된 특징이 있다.

'외풍' 때문에 책임을 묻는 모양새로 장관이나 참모를 함부로 교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정국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직접 책임이 없는 사람까지 한몫에 묶어 분위기 쇄신용으로 인사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한번 신뢰를 준 사람은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철학이다 보니 지난 세 번 모두 인적 쇄신 목소리가 불거진 지 2~4개월이 지나 인사를 단행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문이 일었을 때 4월 말부터 인사 쇄신 목소리가 거셌지만 두 달 이상 지난 7월 초에 개각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번에 세게 훈련을 했는데 뭘 또 바꾸느냐.사람이 시련을 겪으면 더 강해진다"고 개각론을 차단했다. 같은 해 9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개각 목소리가 나왔으나 청와대에서는 4개월 동안 "국면 전환용으로는 안 한다"고 차단막을 친 후 다음해 1월 단행했다. 청와대는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 대통령은 "장관 하나 바꿔 나라가 잘 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 · 29 재 · 보선 패배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거치면서 민심이 들끓는 만큼 서둘러 당 · 정 · 청을 일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터져 나왔음에도 이 대통령은 4개월이 지난 8월 말 청와대 개편에 이어 9월 초 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했다.

청와대는 장고를 거듭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스며들어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 관계자는 7일 "당장 인적 쇄신을 하라고 하나 사람 고르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며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개각을 한다는 시그널을 주면 그 순간부터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된다"며 "때문에 개각을 할 때 하더라도 그 이전에는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에도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인적 쇄신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청와대는 일단 '7 · 28 재 · 보선' 때까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예가 이번에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