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투자자들이 유럽 재정위기,중국 긴축 등 부정적인 면만 본 채 증시를 떠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객관적인 지표와 이성적인 판단이 요구됩니다. 지금은 떠날 때가 아니라 공포를 즐길 때입니다. "

지난 주말 미 고용지표 부진과 헝가리 재정위기 확산으로 7일 글로벌 증시가 요동 친 상황에서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50 · 사진)의 증시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 종잣돈 1억원을 투자해 불과 1년10개월 만에 150억원으로 불리며 에셋플러스투자자문(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전신)을 설립했다.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펀드 직접판매에 나선 데 이어 "원금 손실 땐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회장은 "한국 증시는 역사적,국가적,상대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올랐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이익 증가로 오히려 주가는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계 증시 PER를 비교해 볼 때 중국과 인도는 2007년 버블 시점의 3분의 1인 16~17배로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PER(9배 미만)는 이머징시장 평균(11.1배)이나 선진시장 평균(12.5배)보다 크게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채권이나 부동산에 비해서도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일드 갭 상 주식은 채권 대비 보기 드문 투자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드 갭은 주식 투자로 기대되는 수익률(PER의 역수)에서 채권(국고채 3년물) 투자 수익률을 뺀 것으로,높을수록 주식 투자 매력이 크다는 의미다.

강 회장은 "불확실성으로 떨기보다 투자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직접 운용하는 3개 공모 펀드의 주식 비중도 90~95% 정도로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공포를 즐기고,이를 위해선 공포를 즐길 수 있는 기업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포를 즐길 수 있는 기업이란 글로벌 경쟁의 우위에 있어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이익을 내고 버틸 수 있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소비 증가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가전 화장품 호텔 항공 등의 업종과 애플이 선도하는 '모바일생태계 구축'과 관련된 반도체 정보기술(IT)부품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6조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도 하반기에는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파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글로벌 자금이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를 완전히 떠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수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 회장은 "어느 시점이 바닥이고 지수가 언제 얼마까지 갈지는 예측할 수도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며 "불가능한 영역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좋은 기업의 주인이 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해외 악재로 인해 여러 차례 요동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 회장은 "재정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은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쓰고 있어 독자적인 금융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이해당사국 간 조율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출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회장은 중국 경제나 증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인건비 상승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중국 내에서 인건비가 50%씩 오르는 것은 주주 몫이 줄어드는 대신 노동자 몫이 늘어나는 중대 변화"며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저임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