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패한 여권에서 쇄신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 성향 의원들은 7일 잇달아 모임을 가진 데 이어 당 연찬회에서 여권 쇄신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개혁 성향 초선 모임인 '민본 21' 간사를 맡고 있는 권영진 의원은 "쓰나미 같은 무서운 민심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쓸고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통령 생각부터 당의 행태까지,즉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째로 바꿔야 민심에 부응하는 정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민본 21' 소속 의원들은 당 쇄신은 초계파 정치에서 출발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민본 21'을 제외한 계파색이 짙은 당내 모임에서 전원 탈퇴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이날 중진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비대위 구성에서 초 · 재선 및 원외 등 민심을 반영하는 과감하고 다양한 구성을 촉구한다"고 지도부에 건의했다.

의원 연찬회에서는 개혁 성향 의원들의 쇄신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친이계 핵심인 정태근 의원은 "초 · 재선 의원들도 (당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식 의원은 "지금처럼 관리형 대표 체제와 일방 소통형 구조 아래에서는 민심에 대한 건강한 거름장치가 없다"며 당 · 청 관계 재정립을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젊은층을 앉히고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정시에도 젊은층을 배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구 의원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 정무 인사 라인도 교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쇄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세대교체론'도 탄력을 받고 있다. 세대교체론의 중심에는 '486(40대 · 80년대 학번 · 60년대생)' 정치인들의 역할론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젊은층 공략에 실패해 패배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486'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486' 정치인의 위력이 입증되면서 한나라당도 세대교체 압박을 느끼고 있다. 당내에서는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원희룡 의원과 개혁 성향 초선 의원인 김성식 권영진 정태근 김선동 의원,그리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태호 경남지사,이번 서울시장 경선에서 선전한 나경원 의원 등이 차기 지도자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