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사진)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선영 대변인은 7일 "이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회의를 통해 7 · 28 재 · 보선 등 중요 선거 일정과 어려운 당의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이 대표의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식적으로 번복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당선을 예상했던 충남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뒤 충청권 맹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자 대표직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과 5월 말 임기가 끝났으나 지방선거 일정을 이유로 임기가 자동 연장됐던 류근찬 원내대표,김낙성 사무총장도 이날 동반 사퇴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진 후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 대표의 성격상 결심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이 대표가 사의 표명에 앞서 보수연대론을 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보수세력은 지금 이해타산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가기 위해 나라의 정치를 선진화한다는 뜻에서 대연합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는 2002년 대선 당시 상황과 판박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보수 정권을 다시 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과거 정권 세력을 선택하는 현상을 가져왔다"며 "이는 이 정권과 집권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세력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한나라당에 연대를 제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에 복귀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과의 보수연대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