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헝가리 쇼크] 실물경제 초우량 한국…환율 맷집은 '꼴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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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못추는 환율
한국은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전년 동기 대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국가채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3%로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면 '초우량' 수준이다.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역시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고,금융회사의 부실도 거의 없다.
하지만 환율의 움직임은 어김없이 '위험국'이다. 달러당 8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 · 달러 환율이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1500원 넘게 치솟더니,이번에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자 또다시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우량국가의 면모를 환율에서는 도저히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여 원화가 강세(환율 하락)를 이어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여 원화는 당분간 주요 통화 대비 약세(환율 상승)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시장 달러 부족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보다 34원10전 오른 1235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헝가리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5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한 국내외 주가 급락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 4일보다 26원20전 오른 1228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개장 이후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오전 한때 1243원80전까지 상승했다. 1240원대에서는 수출 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개장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유럽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의 실 수급 측면에서도 공급이 부족해졌다. 지난해 427억달러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150억달러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수출대금 중 상당액이 이미 선물환 매도를 통해 외환시장에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공급될 달러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선물환을 감안한 실질 경상 수급은 오히려 달러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이 계속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하면서 환율 상승세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엔화는 초강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원 · 엔 환율도 급등세다. 7일 현재 원 · 엔 환율은 100엔당 1354원41전으로 전날보다 57원69전 상승했다. 원화가 달러에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는 전날 달러 대비 92엔대 초반에서 91엔대 초반으로 1% 가까이 하락(엔화 가치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간 나오토 신임 일본 총리가 엔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엔화 가치 상승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엔 · 달러 환율이 80엔대로 떨어지는 등 엔화 강세가 심해지면 구두 개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화는 날개 없는 추락
유로화 가치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심리적 지지선이던 1.2달러 선이 깨지면서 하락 추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유로당 1.18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유로화 가치가 1.18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200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유럽연합(EU) 차원의 구제금융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여전해 유로화 가치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기존의 부채를 새로운 부채로 갚겠다는 발상을 시장은 신뢰하지 않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부채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고통스러운 과정 없이는 유로화 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는 유로화를 쓰지 않는 비유로존 국가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7일 전 거래일 대비 1% 이상 하락한 파운드당 1.4454달러로 떨어졌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4개국에 2500억달러를 빌려주고 있는 영국이 이들 국가의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헝가리 정부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과장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 나라의 포린트화 가치는 연일 급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포린트화 환율은 242포린트로 동유럽 연쇄부도 위기설이 돌았던 지난해 3월5일(252.5포린트)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11월 말 175포린트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6개월여 만에 환율이 38.2%나 올랐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