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한국 근대 스포츠의 영웅으로 이름을 날린 엄복동 선수(1892∼1951)가 타던 자전거가 오는 8월 문화재로 공식 등록된다.문화재청은 1910∼1914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 러쥐(Rudge-Whitworth)사 제품인 ‘엄복동 자전거’를 8일 근대문화재로 등록한다고 예고했다.

엄복동 선수는 1910년 전조선자전거대회에 출전해 우승한 이후 은퇴할 때까지 수많은 대회에 참가해 월등한 기량으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명성을 날렸다.국권 상실기의 암울한 시대에 그의 우승은 민족적 일체감과 자긍심을 드높였다.‘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내려다 보아라 엄복동의 자전거’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할 정도였다.

문화재 등록이 예고된 이 자전거는 바퀴 틀이 목재로 제작된 경주용 자전거로,자전거 전면 상표에 표기된 7자리 숫자(1065274)를 통해 이 자전거가 영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적인 희귀 자전거임이 최근 밝혀졌다.이 자전거는 또한 국내에서 사용된 최고(最古)의 자전거여서 체육사적·상징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엄 선수는 이 자전거를 사용하다 은퇴할 때 후배 선수에게 물려줬고,광복 전 이 자전거를 소유하게 된 박성렬 선수는 한국전쟁 때 이 자전거를 둘러메고 피난했다고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30일 간 이 자전거 소유자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1977년부터 1999년까지 열렸던 ‘엄복동배 전국사이클경기대회’ 마지막회 개최일인 8월 24일 문화재로 공식 등록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이밖에도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차 381호’와 숙명여고의 전신인 명신여학교에 고종황제의 순헌황귀비 엄씨가 하사한 ‘명신여학교 태극기·현판·완문’도 함게 문화재로 등록예고했다.‘전차 381호’는 일본차량회사가 1929~1930년께 제작한 길이 13.66m,너비 1.8m,높이 6.19m의 차량으로,1930~1968년 서울 시내를 운행했던 전차다.

명신여학교 태극기와 현판은 순헌황귀비 엄씨가 자신이 1906년 설립한 명신여학교에 하사한 것으로,조선시대와 대한제국 때 관청이 발급한 승인문서인 완문(完文)은 1907년 5월 영친왕궁에서 명신여학교에 토지를 하사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