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의 드라이버샷 스윙은 타이거 우즈나 앤서니 김처럼 파워풀한 느낌이 안 든다. '편하게' 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드라이버샷 거리는 올해 평균 289야드로 이 부문 미국PGA투어 랭킹 46위다. 체격(177㎝,87㎏)이 큰 편이 아닌데도,거리가 300야드에 육박하는 것은 그의 스윙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서대로 살펴본다.

양용은은 2년 전만 해도 거리를 내려고 '스트롱(훅) 그립'을 했으나 지금은 '뉴트럴(중립) 그립'으로 바꿨다. 스탠스는 예전처럼 넓게 벌리지 않으며 어드레스 때 왼팔과 샤프트는 거의 일직선을 이룬다. 체중은 60% 이상이 볼 뒤쪽으로 가있다. 샷을 위한 준비동작을 무리없이 마친 셈이다.

양용은이 강조하는 부분은 백스윙 초기인 '테이크 어웨이'다. 그도 예전에는 클럽을 목표라인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다 보니 스윙이 작아지고,궤도(플레인)가 일정치 않았다. 지금은 샤프트가 지면에 수평이 될 때까지는 목표라인을 따라 클럽을 쭉 빼준다. 백스윙 시작 후 적어도 30㎝는 목표라인 연장선을 따라 클럽헤드를 움직여주라고 아마추어들에게 조언한다. 그래야 스윙 플레인이 일정해져 일관된 샷이 나온다는 것.

백스윙 중간단계에서도 어드레스 때 두 어깨와 팔이 형성한 역삼각형(▽) 모양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는다. 어깨와 팔,클럽이 원피스인 것처럼 움직였다는 방증이다.

백스윙 톱에서 샤프트는 지면과 평행을 이루기 전에 멈춘다. 존 데일리처럼 오버스윙을 해보았자 거리 이득은 별로 없고,컨트롤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양용은의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66.29%로 랭킹 38위다. 양용은은 톱에서 히프를 거의 잡아두는 김대현과 달리 45도 정도 회전한다. 어깨는 90도가량 돌아간다. 이른바 'X 팩터'(백스윙 때 어깨와 히프의 회전량 차이)가 45도 정도다. X 팩터가 작은 편인데도 단단한 하체 때문인지 파워는 여느 선수 못지않다. 예전에는 백스윙 때 클럽을 인사이드로 뺀 탓에 톱에서 클럽이 플랫해지면서 닫히는 경향이 있었으나 지금은 페이스가 45도로 하늘을 향하고 있는 데서 보듯 스퀘어를 유지한다.

다운스윙 중간단계~임팩트 직전까지도 톱에서 형성한 손목 코킹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처럼 완벽한 '레이트 히트' 자세는 아니지만,톱에서 비축한 힘을 임팩트존에 이를 때까지 고스란히 보전하는 것.하체로 다운스윙을 리드하지만,히프가 먼저 열리는 단점은 지금 없어졌다.

양용은은 예전에는 임팩트 때 몸이 뒤로 넘어질 듯하면서 균형을 잃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상체가 목표 반대방향으로 뉘어지긴 하나 볼 뒤에서 임팩트가 이뤄지면서 최대의 파워를 낸다. 왼 다리와 히프가 잘 버텨주면서 두 팔이 원활하게 지나가도록 해준다.

폴로스루부터 피니시까지는 여느 프로들처럼 체중이동이나 마무리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2008년 5월께부터 양용은의 스윙을 봐주고 있는 코치 브라이언 모그(48 · 미국)는 "양용은은 한 번 가르쳐주면 곧 따라하는 흡수력 · 감수성이 뛰어난 선수"라면서도 "백스윙 때 히프를 좀 더 잡아주고 임팩트 때 머리를 볼 뒤쪽에 두는 것을 더 익혀야 한다"며 양용은의 스윙이 미완성임을 귀띔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