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그룹의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인 동화GH인터내셔널은 최근 이슬람 금융기법인 '무라바하(Murabaha)' 방식으로 24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무라바하는 실질적으로는 금융거래이지만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형식적으로는 실물거래를 하는 이슬람 금융 방식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슬람 금융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의 현지화나 금융조달원의 다각화를 위해 이슬람 금융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국내 보증-현지 해결로 이슬람 금융 문을 두드리라"고 조언했다.

이슬람 금융의 특징은 이자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금융거래시 형식적으로 실물거래를 활용하는 이슬람 금융의 특성상 '실질적인 이자'는 있다.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 방식인 이자라의 경우 보통 특수목적회사가 채무자가 필요로 하는 자산을 매입한 다음 이를 기업 등 채무자에게 빌려줘 임대료를 받는다. 또 다른 방식인 무라바하도 기본 골격은 이자라와 유사하지만 물건의 매도가액에 일정 비용을 덧붙여 판매하는 방법을 취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곧 이자인 셈이다.

실질적인 이자 외에 법적으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일례로 이슬람 국가에서 공장을 가동하려는 기업이 이자라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공장은 기업이 아닌 특수목적회사의 소유가 되며 기업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 약정 기간이 종료된 후 특수목적회사가 공장을 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실질적인 원금을 회수할 때 국내법상 양도세,취득세,등록세,부가가치세 등 추가 비용이 든다는 문제도 생긴다.

법무법인 세종의 최병선 변호사는 "이슬람 금융을 이용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세금"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보증을 서고 현지법인이 자금 조달에 따른 모든 과정을 현지에서 처리하는 경우에는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화GH인터내셔널의 경우도 국내 모회사와 하나 · 외환 · 우리은행 등 국내 금융사가 역외 보증을 섰다. 현재 특수목적회사와 투자자 사이에 오고가는 기업 발행 수쿠크(이슬람 채권)는 우리 상법상 회사채에 해당되지 않으며 자본시장법상 어떤 증권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는 등 법적 정비가 미비하다. 따라서 수쿠크를 발행하지 않는 론(loan)에 가까운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최 변호사는 설명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이숭희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법이 정비돼야 한다"면서 "이슬람 금융의 규모가 커져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기업의 포트폴리오상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무라바하나 이자라 등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매매거래 차익분 등을 이자로 간주,세금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