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small) 비즈니스더라도 중국인이 원하는 사업 아이템을 찾아라.'

내달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SK그룹의 중국 사업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SK에너지의 정유사업과 SK텔레콤의 정보통신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지만,중국에서는 이보다는 사업 규모가 작으면서 중국의 내수 활성화와 관련된 '스몰 비즈니스'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SK는 한 · 중 수교 전인 1991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20년 가까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주력 분야인 정유와 정보통신 등이 국가 기간 산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규제의 벽을 넘는 데 한계를 느껴왔다. SK가 자신의 주력 사업보다는 도시개발 사업처럼 중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으로 방향 선회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 "車정비ㆍ도시개발…중국인이 원하는 사업 찾아라"
◆스몰 비즈니스를 내수시장 전진기지로

SK가 스몰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로 꼽고 있는 것이 SK네트웍스의 스피드메이트 사업이다. 스피드메이트는 자동차 경정비 및 중고차 · 해외차 매매를 아우르는 이른바 카라이프 사업이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한 스피드메이트 사업은 이미 중국 상하이와 톈진을 중심으로 60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중국 전역에 3만여개의 주유소를 가진 시노펙과의 사업 제휴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중국 내 매장을 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한 개의 스피드메이트 매장만 놓고 보면 아주 작은 사업체지만 매장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사업규모는 물론 지역별 네트워크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별로 스피드메이트와 같은 스몰 비즈니스를 중국 시장에 우선 뿌리내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는 게 최태원 회장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철저한 현지화 사업 발굴이 관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중국이 정말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 최 회장이 올해 초 중국시장 전략의 전환을 강조하며 한 얘기다. 에너지 통신 등 주력 사업을 중국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원하는 현지화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SK가 이런 현지화 사업으로 새롭게 선택한 것이 도시개발이다. SK는 쓰촨성 청두시와 41㎢ 면적의 문화창익구 건설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문화창익구는 미디어 애니메이션 산업디자인센터 등이 들어서는 종합 문화지역으로 조성된다.

SK는 기존에 추진해 온 U시티(지능화 도시)와 달리 이 지역의 전체 설계와 일부 시공까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도시개발 사업은 SK의 궁극적인 목표인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사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3500여명 규모의 SK차이나

출범이 다가오면서 SK차이나의 조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SK차이나는 SK의 중국 내 13개 계열사 96개 중국법인을 통합한 3500여명(현지 채용직원 포함) 규모의 대조직이다. 조직 정비를 마치고 공식 출범하는 날짜는 다음 달 1일이다.

SK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국내 계열사에서 임원 40여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파견돼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7월1일은 형식적인 의미를 가질 뿐 SK차이나는 이미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공식 출범에 맞춘 별도 행사도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사업을 총지휘하게 되는 SK차이나는 에너지 · 화학 · 정보통신 · 유통물류본부 · 경영지원의 5개 회사 내 회사(CIC)로 구성될 예정이다. 박영호 SK차이나 총괄사장(SK㈜ 사장 겸임) 직속으로 기술혁신센터(TIC)와 중국경영경제연구소가 들어간다.

사업거점은 SK차이나 본사가 들어서는 베이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으로 본사 기능을 옮길 SK에너지의 화학부문 거점은 상하이에,SK네트웍스의 유통 · 물류 본사는 랴오닝성 선양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