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 등장한 잡스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차림 그대로였다. 청바지는 새것도 헌것도 아닌 적당히 물이 빠진 색깔이었다. 한여름인데도 지난 1월 아이패드 발표 때와 비슷한 복장이었다.
잡스가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짧다. 한 문장은 주어,동사,목적어의 단순 구조에 알파벳 140자를 넘지 않는다. 트위터와 비슷한 방식이다. 아이팟을 내놓을 때는 "당신의 호주머니 안에 1000곡의 음악"이라 말했고,노트북PC인 맥북에어를 출시하면서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고 강조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언어는 '절제'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과장'에 가깝다. 아이폰4를 놓고선 "우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엔 영웅과 악당이 등장한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내놓을 때 IBM을 '빅 브라더'로 묘사하며 악의 축으로 몰아세운 것처럼 이번엔 구글을 겨냥했다.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넷북을 느리고 화질이 떨어지며, 거추장스럽고 오래된 PC라고 공격했다. 그러고는 "좀 더 나은 게 있다"며 '영웅' 아이패드를 등장시켰다.
이날 행사에선 구글에 대해 3번 이상 공격적인 멘트를 날렸다. 프레젠테이션 초반엔 "아이패드에서 첫날 판매한 돈이 구글애드(구글의 광고 솔루션)로 5년간 번 것보다 더 많았다"는 한 울프람 어소시에이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폭소를 자아냈다.
'멀티 태스킹'(한번에 여러 기능을 실행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구글에 직격탄을 날렸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백그라운드에서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면 배터리 소모가 많다"는 말을 한 것과 관련,아이폰4는 최신 칩세트를 사용해 배터리를 많이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아이폰의 약진을 자랑하며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검색엔진으로 '빙'을 도입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아 애플의 실질적인 경쟁자가 구글임을 보여줬다.
작년 췌장암 및 간 이식 수술을 한 잡스는 2시간가량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펼쳐 건강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나란히 아이폰4 테스트룸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