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정부의 지분매각 공고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가 본격적인 민영화 절차에 들어간다. 현재까지 정부의 입장은 구체적인 매각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채 일단 매각주간사를 정해 민영화 절차부터 밟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배지분 매각이나 합병,분산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신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는 모든 주체들이 각자 유리한 방안을 제시하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민영화 조기 마무리,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이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매각 공고에도 절차만 명시될 뿐 구체적인 방식은 발표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부지분 56.9%를 일괄 매입하겠다는 제안이 없으면 지분 일부만 매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곳 중 인수가격을 가장 높게 쓴 곳을 우선협상자로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56.9%를 전량 경영권 프리미엄을 내면서 인수할 만한 자금여력을 갖춘 금융회사는 없다고 보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대기업이 나설 수도 없다.

금융지주사 간 인수합병을 통한 민영화는 인수기업의 자금부담이 없고 대형은행의 탄생을 통해 금융산업 재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지금은 거의 물 건너간 상태다. 합병 후 다시 민영화 절차를 밟아야 해 공적자금 회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강하게 형성된 때문이다.

정부 지분을 5~9% 단위로 쪼개 분할 매각하는 방안이 최근 강하게 부상한 것도 이 같은 기류에 따른 것이다. 인수절차가 간단해 민영화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지배주주없이 다수의 투자자들이 소유하는 '주인없는' 은행이 탄생하는 것도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도 이처럼 각각의 방안이 갖고 있는 단점을 극복할 현실적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인수가능 후보로 분류되는 금융회사들은 최대한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매각절차가 진행되길 희망하면서 정부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회사별로 합병보다는 지방은행의 선별적 매입이나 지분 일부만 분산 매입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등 사정도 제각각이다. 당사자인 우리금융도 지분을 분산 매각해 우선 민영화한 뒤 나중에 합병 등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인수 가능후보들이 각자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