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 "진주가 흙을 털어냈다…2015년 매출 200억달러 도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위기 때 사우디 진출 도약 발판…
해외수주 작년 80억달러 1위로
담수ㆍ발전플랜트 '깜짝 뉴스' 나올 것"
해외수주 작년 80억달러 1위로
담수ㆍ발전플랜트 '깜짝 뉴스' 나올 것"
"글로벌 일관 사업수행(EPC) 업체로서 위상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에만 80억달러의 해외 수주를 올려 국내 기업 중 1위를 차지했죠.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잇달아 수주를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죠.우리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56)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뤄낸 중동발(發) '수주 대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 사장은 3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회사를 진흙 속에 묻힌 진주에 빗댔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었어요. 이제 진가를 발휘해 나갈 것입니다. "
박 사장은 "2015년에는 비화공 플랜트 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며 "현재 5000여명인 인력도 2015년까지 1만5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계열사였습니다.
"분명히 그랬죠.사업 규모도 작고 성과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룹 차원의 기대가 적다 보니 오히려 자유로운 점도 있었습니다. CEO(최고경영자)에게 권한이 더 주어졌고,임직원들은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게 됐죠."
▼외환위기 이후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는데 비결이 뭡니까.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내몰렸죠.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2001년 한국 업체로는 처녀지나 다름없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면서 도약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당시 9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공사 완공 기일을 완벽하게 지켰습니다. 발주 업체들의 눈빛이 달라졌죠.5000만~1억달러짜리 발주만 맡기던 업체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는 10억달러 이상의 공사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
▼중동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동안 유럽과 일본이 강세를 보여온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지난해는 한국 기업들이 당당히 일각을 차지했습니다. 한 해 동안 국내 기업들이 총 300억달러 이상을 수주했습니다. 중동 전체 발주 규모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유럽 일본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죠.과거엔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왔지만,이젠 '코리아 프리미엄'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
▼유럽 및 일본 업체들이 다시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수주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겠죠.특히 유럽 기업들이 유로화 하락을 틈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인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원가,납기 부문에서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큰 걱정은 없습니다. 최근 UAE 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와 보르주 플랜트 수주가 대표적인 사례죠."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한 것 같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발주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주만을 위해 이익을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서죠.최근엔 바레인 알제리 이집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석유화학 플랜트 위주에서 발전,철강,담수,수처리 등 비화공 분야 수주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얘기입니다. "
▼작년 말 처음으로 회사 내부에서 선임된 실무형 CEO로서의 강점을 꼽는다면.
"수십년간 플랜트 건설과 마케팅을 담당해 왔습니다. 밑바닥부터 다진 셈이죠.큰 그림은 임원이 되면서부터 배웠습니다. 특히 전임 CEO인 정연주 사장과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됐죠.7년 동안 모시면서 중 · 장기적 안목 등 많은 장점을 흡수했습니다. 실무 경험을 경영에 녹여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죠.그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발판으로 시장 다변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
▼올해 실적을 전망하신다면.
"작년에 120일을 해외 출장으로 보냈습니다. 수주 관련 협상이 많았기 때문이죠.올해도 비슷할 것입니다. 실적도 마찬가지죠.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11조원 수주 목표도 세웠습니다. 비화공 플랜트 분야에서 수주가 예상외로 늘면,목표치를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주 잔고 역시 안정적입니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의 평균 수주 잔고는 2년치 수준이지만 우리는 3년반치의 풍부한 물량을 확보해뒀습니다. 향후 연평균 30% 수준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최근 수주를 위해 애쓰고 있는 프로젝트는.
"올해는 비화공 분야에서 신시장 개척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 철강 플랜트는 수주를 확정지었습니다.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조만간 담수와 수처리 분야에서 수주 소식도 나올 예정입니다. 발전 분야에서도 수주 협상을 추진하고 있고요. 조만간 시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중 · 장기 비전은 무엇입니까.
"2015년이면 우리의 꿈이 이뤄질 것입니다. 연간 수주 300억달러,매출 200억달러 달성이라는 중 · 장기 비전을 확정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확대한 규모죠.그때 쯤이면 미국 벡텔이나 플로어 같은 세계적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
▼성장에 따른 인력 충원 계획은 있습니까.
"수주 산업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동 시장의 확대를 예측하고 인력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국내 업체들이 연간 40~50명씩 인력을 충원할 때 우리는 500명씩 신입사원을 뽑아 키웠죠.2005년 1700여명이던 인력은 올해 560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1만5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도 세워 놨습니다. 10년 만에 인력이 10배 정도 늘어나는 셈입니다. 특히 현재 1000명가량인 외국인 인력도 2015년까지 5000여명으로 늘릴 것입니다. 일이 많아지니까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글=장창민/사진=강은구 기자 cmjang@hankyung.com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56)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이뤄낸 중동발(發) '수주 대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박 사장은 3시간여에 걸친 인터뷰 내내 회사를 진흙 속에 묻힌 진주에 빗댔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묻혀 있었어요. 이제 진가를 발휘해 나갈 것입니다. "
박 사장은 "2015년에는 비화공 플랜트 분야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할 것"이라며 "현재 5000여명인 인력도 2015년까지 1만5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계열사였습니다.
"분명히 그랬죠.사업 규모도 작고 성과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룹 차원의 기대가 적다 보니 오히려 자유로운 점도 있었습니다. CEO(최고경영자)에게 권한이 더 주어졌고,임직원들은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게 됐죠."
▼외환위기 이후 고속 성장가도를 달렸는데 비결이 뭡니까.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내몰렸죠.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2001년 한국 업체로는 처녀지나 다름없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면서 도약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당시 9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공사 완공 기일을 완벽하게 지켰습니다. 발주 업체들의 눈빛이 달라졌죠.5000만~1억달러짜리 발주만 맡기던 업체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는 10억달러 이상의 공사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
▼중동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동안 유럽과 일본이 강세를 보여온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지난해는 한국 기업들이 당당히 일각을 차지했습니다. 한 해 동안 국내 기업들이 총 300억달러 이상을 수주했습니다. 중동 전체 발주 규모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유럽 일본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죠.과거엔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왔지만,이젠 '코리아 프리미엄'이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
▼유럽 및 일본 업체들이 다시 해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수주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겠죠.특히 유럽 기업들이 유로화 하락을 틈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인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품질,원가,납기 부문에서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큰 걱정은 없습니다. 최근 UAE 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와 보르주 플랜트 수주가 대표적인 사례죠."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한 것 같습니다.
"중동 지역에서 발주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주만을 위해 이익을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경쟁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서죠.최근엔 바레인 알제리 이집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석유화학 플랜트 위주에서 발전,철강,담수,수처리 등 비화공 분야 수주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얘기입니다. "
▼작년 말 처음으로 회사 내부에서 선임된 실무형 CEO로서의 강점을 꼽는다면.
"수십년간 플랜트 건설과 마케팅을 담당해 왔습니다. 밑바닥부터 다진 셈이죠.큰 그림은 임원이 되면서부터 배웠습니다. 특히 전임 CEO인 정연주 사장과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됐죠.7년 동안 모시면서 중 · 장기적 안목 등 많은 장점을 흡수했습니다. 실무 경험을 경영에 녹여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죠.그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발판으로 시장 다변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
▼올해 실적을 전망하신다면.
"작년에 120일을 해외 출장으로 보냈습니다. 수주 관련 협상이 많았기 때문이죠.올해도 비슷할 것입니다. 실적도 마찬가지죠.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11조원 수주 목표도 세웠습니다. 비화공 플랜트 분야에서 수주가 예상외로 늘면,목표치를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주 잔고 역시 안정적입니다. 다른 글로벌 업체들의 평균 수주 잔고는 2년치 수준이지만 우리는 3년반치의 풍부한 물량을 확보해뒀습니다. 향후 연평균 30% 수준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최근 수주를 위해 애쓰고 있는 프로젝트는.
"올해는 비화공 분야에서 신시장 개척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이미 철강 플랜트는 수주를 확정지었습니다.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조만간 담수와 수처리 분야에서 수주 소식도 나올 예정입니다. 발전 분야에서도 수주 협상을 추진하고 있고요. 조만간 시장에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
▼중 · 장기 비전은 무엇입니까.
"2015년이면 우리의 꿈이 이뤄질 것입니다. 연간 수주 300억달러,매출 200억달러 달성이라는 중 · 장기 비전을 확정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확대한 규모죠.그때 쯤이면 미국 벡텔이나 플로어 같은 세계적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
▼성장에 따른 인력 충원 계획은 있습니까.
"수주 산업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동 시장의 확대를 예측하고 인력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국내 업체들이 연간 40~50명씩 인력을 충원할 때 우리는 500명씩 신입사원을 뽑아 키웠죠.2005년 1700여명이던 인력은 올해 5600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1만5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도 세워 놨습니다. 10년 만에 인력이 10배 정도 늘어나는 셈입니다. 특히 현재 1000명가량인 외국인 인력도 2015년까지 5000여명으로 늘릴 것입니다. 일이 많아지니까 인력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글=장창민/사진=강은구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