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 증시는 숨고르기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면서 수급 공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급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다만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은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가 유로존 금융안정 메커니즘 최종 합의에 따라 다소 완화됐지만 오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선물 · 옵션과 개별 종목 선물 · 옵션 등 4개 시장의 만기가 겹치는 쿼드러플 위칭데이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펀더멘털 관련 발언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영국 재정문제 지적이 맞물려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26% 오른 9939.98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10% 상승했으나 나스닥 종합지수의 경우 0.15% 하락했다.

◆ 부국증권 "당분간 변동성 장세 지속될 것"

부국증권은 한국 증시가 당분간 변동성 높은 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엄태웅 애널리스트는 "세계 및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 장세가 예상된다"며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수급 공백이 이어지고 있고,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와 옵션만기일 등 변동성 확대 요인이 있는 만큼 높은 변동성에 대한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리스 사태와 비교할 때 헝가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미미한 상황이고, 한국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고려하면 증시의 하방경직성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2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IT(정보기술),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에 대해서는 조정 시마다 분할매수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 동양종금증권 "박스권 장세 진행…변동성 확대 주의"

동양종금증권은 증시의 박스권 장세가 진행될 전망인 가운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증권사 조병현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지수가 1550~1720 구간의 박스권 장세 진행 과정에 있다"며 "박스권 상단까지 갈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지만 예측하기 힘든 대외 악재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구간"이라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돌발 악재가 발생한다면 세계 및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박스권 내에서의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발 악재가 주는 부담이 코스피 지수 저점 형성과 함께 상당 부분 기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로존에서 금융안정 메커니즘 세부안이 최종 승인되면서 불확실성을 추가적으로 완화, 부담이 경감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증권 "국내 증시가 강세인 이유 5가지"

현대증권은 국내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 5가지를 분석했다.

이 증권사 배성영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디커플링(차별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유는 환율, 밸류에이션, 주도주, 순환매, 수급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우선 환율 효과다. 코스피 지수가 1650선을 기록하고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최근 원화 약세(약 6%평가절하, 60일 평균환율 1150원→ 1230원까지 급등)에 따른 국내 증시의 체감지수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장 위험(Market risk)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6월7일 기준, MSCI기준 8.3배)이 외국인의 매도 강도를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환율 효과와 함께 밸류에이션 매력, 여기에 6월 중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이 외국인 매도를 제한하고 있는 요인이라는 얘기다.

또한 주도주의 강세 흐름이 코스피 지수 자체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양상이라는 것. 최근 가격변수의 유리한 조합인 환율 상승과 유가 하락이 겹치면서 IT, 자동차, 화학 섹터의 실적 모멘텀을 강화되면서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주도주 이외에 선제적인 주가 조정에 따라 철강, 은행, 건설, 증권 등 후발주 및 비주도주도 가격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강세의 이유다. 최근 섹터별 흐름은 주도주가 쉬는 시점에서 기타 섹터로의 양호한 순환매 흐름이 진행되면서 증시의 조정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외국인의 매도가 5월을 정점(Peak)으로 그 강도가 둔화되고, 5월 이후 주식형 펀드로의 지속적인 자금 유입되는 등 수급적인 측면세어도 국내 증시는 강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배 연구원은 덧붙였다.

◆ 우리투자증권 "실적 시즌 대비 주목할 만한 IT·車 종목군 8選"

우리투자증권은 2분기 실적 발표를 대비해 주목할 만한 IT, 자동차 종목 중 8개를 추천했다.

해당종목은 한일이화, 한미반도체, 인터플렉스, 에스에프에이, 현대차, 삼성전기, 서울반도체, 삼성전자이다.

이 증권사 신중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의 영업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실적 전망치를 수정하는 '프리어닝 시즌'을 앞두고 IT 및 자동차 업종에 대한 매매비중을 높여가야 할 시점"이라며 "2분기 이익기여도 측면에서도 자동차, 하드웨어, 반도체 등이 상위에 올라있어, 이들 업종 가운데서 종목선별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을수록 반등탄력이 높기 때문에 세계 증시 변동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업종이나 종목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각 업종 내에서 2분기 실적증가율 기여도가 높고 최근 한달간 2분기 실적전망 변화율이 상향 조정된 종목들을 골라, 이 중 12개월 이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대비 PEG(주가수익성장비율)이 1 이하인 종목군을 선별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소형주의 경우 이익 규모가 작아 이익기여도를 논할 수 없지만 실적 전망 변화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 탄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며 "선정된 대형주들도 이익증가율 측면에서 해당 업종의 이익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선도주인 만큼 저평가된 시점에서 비중확대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