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中企에 있다] (2) "입사 8년만에 이사 승진…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이 처음에는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지요. 지금이요? 물론 동창회에 가면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 업체 디지아이의 신동훈 이사는 지난해 35세의 나이로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입사한 지 불과 8년 만이다. 대기업에 취업한 비슷한 연배 친구들이 과장급에 머물러 있지만 그는 회사의 신기술 담당 핵심 브레인으로 세계를 돌며 디지아이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 연구한다.

1999년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신 이사는 대학원에 진학해 레피드 프로토타입(RP)을 연구했다. 3차원 모형 제작 때 금속을 절삭하는 게 아니라 금속 분말을 적층하는 방식의 모델링 기술이다. 2001년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입사 추천서가 밀려들어 왔지만 그는 동기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당시 직원 수가 50여명에 불과하던 잉크젯 전문업체 디지아이에 입사한 것이다. 산업용 잉크젯의 경우 대부분 외국 제품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고 한국에서는 산업의 틀을 갖춰가던,그야말로 초창기 시절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말렸지만 그는 디지아이의 잠재력에 젊음을 걸었다.

"회사 규모는 작았지만 '최초'라는 수식어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당시 디지아이는 처음으로 산업용 대형 잉크젯 프린터를 국산화했거든요. 처음 나온 제품이라 문제도 많았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매력이었습니다. "

신 이사는 디지아이 입사 후 가장 큰 보람으로 회사에서의 '존재감'을 꼽는다. 당시 대기업에 갔으면 수년째 보조 연구원으로 일했겠지만 그는 디지아이 입사 후 6개월 만에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한때 디지아이의 핵심 제품군 중 하나였던 VT시리즈가 그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다. 그는 입사한 지 2년 후인 2003년 대리로 진급하고 다시 2년 후인 2005년 과장을 달았다. 2008년 차장,작년 초 부장을 거쳐 그해 이사 자리까지 꿰찼다. 그동안 개발 엔지니어에서 경영 파트를 거쳐 지금은 디지아이의 신규사업본부를 맡고 있다.

신 이사의 성장과 함께 디지아이도 고속 성장해 갔다. 신 이사가 입사하던 당시 80억원 수준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4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판 제조회사로 출발한 디지아이는 이제 발광다이오드(LED) 등 첨단 전자 분야를 달리는 우량 코스닥 상장사로 변모했다.

신 이사는 "다양한 기회는 오히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찾아온다고 믿는다"며 "당장의 규모보다는 중장기적인 비전이 있는지,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