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사들의 종목 교체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많이 오른 IT(정보기술)주들에 대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금융 유통 등 내수주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사들이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내수주를 바구니에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기조적인 변화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IT주 팔고 내수주 담고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 L.P.)은 하나금융지주를 추가 매수한 반면 하이닉스의 비중은 줄여나가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올 3월말부터 지난달까지 하나금융지주 231만8500주(지분 1.09%)를 사들여 보유지분을 7.31%까지 확대했다. 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4월부터 1175만3570주를 집중 매도, 지분을 4.30%까지 줄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얼라이언번스타인이 이후에도 하이닉스 보유주식을 꾸준하게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큰 손 피델리티그룹의 피델리티펀드도 LCD패널부품 등 제조업체인 티엘아이 주식 20만8619주(2.60%)를 팔아 보유지분을 5.74%로 낮췄다. 대신 시스템통합(SI), IT 아웃소싱업체인 다우기술 주식 44만7630주(1.00%)를 추가 매수해 보유지분을 8.38%로 늘렸다.

이에 앞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UBS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아메리카(UBS Global Asset Management(Americas.) Inc)는 지난달에 LG이노텍 주식 26만4191주(2.01%)를 처분했다. 보유지분은 기존 5.43%에서 3.42%로 낮아졌다.

외국계 투자사들은 유통 등 내수업종을 추가로 사들였다. 매슈스 인터내셔날 캐피탈 매니지먼트(Matthews International Capital Management,LLC)와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First State Investment Management(UK) Limited)는 각각 GS홈쇼핑신세계의 지분을 9.23%와 8.90%로 확대했다.

◆ "덜 오른 종목으로 포트폴리오 조정"

전문가들은 외국계 투자사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들이 수익이 많이 난 종목은 처분하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총괄 부장은 "외국계 투자사들의 포트폴리오 교체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많이 올랐던 IT는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수익을 낸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부장은 "이들이 금융 유통 등 내수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IT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하이닉스의 경우 연초부터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집중매도세가 시작되기 전인 4월말까지 22.67% 급등했고, LG이노텍은 74.57%나 올랐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은 5.92% 오르는데 그쳤고 GS홈쇼핑과 신세계는 13.63%, 5.21% 하락했다.

오재열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 등 금융업종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계 투자사가 선취매에 들어간 것일 수 있다"며 "그러나 내수주로의 이동이 기조적인 변화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 한민수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