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첫 서울 교육감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9일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곽 당선자는 당선 전부터 자율고 억제,학력평가 폐지 등을 내세우며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각을 세운 터라 향후 교육정책 방향에 교육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의 저울이 어디로 기울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며 기대와 동시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교육업계,울까? 웃을까?

교육업계는 우선 '학생 인권 보장'을 내세우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곽 당선자의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조례의 주요 내용 중 '강제 야간자율학습 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간자율학습 폐지시 자유로워진(?)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몰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그동안 학교에서 실시하는 야간자율학습으로 인해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주말에만 집중적으로 학원 수업을 받았다"며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면 주중에도 학원을 다닐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주중 학원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도 "강제 야간자율학습이 사라지면 그만큼 학생들이 학원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침체에 빠진 학원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동시에 학원 수강료 상한제 및 학원 심야영업 금지 등 학원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곽 당선자가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학력평가(일제고사) 폐지 방침에도 교육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곽 당선자는 그동안 일제고사가 사교육과 과열 경쟁만 유발할 뿐 학력 신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문제는 사설 모의고사를 시행해왔던 업체들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는 것.한 사설 모의고사 업체 관계자는 "교육청 모의고사도 없애려는 마당에 학원 모의고사 역시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학원 모의고사의 경우 학교장 자율에 의해 실시하고는 있지만 무언의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추가 지정 억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교육업계의 관측이다. 곽 당선자는 현 정부가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자율고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학교 내신 석차 50%'인 자율고 지원 자격 기준을 없애 전원 추첨으로 선발하고 연간 400만원이 넘는 수업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외국어고 규제 정책으로 고입 시장의 경우 바닥을 친 것이 사실"이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자율고에 대한 기대심리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 교육감의 정책에 따른 수요 변화를 조심스레 예측해 보기도 한다. 남영식 스카이에듀 입시전략연구소 본부장은 "곽 당선자가 내세우는 '혁신학교'의 커리큘럼을 가지고도 입시업체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맞춤형 콘텐츠가 많다"며 "평가 기준이 다양해질수록 입시에 전문성을 갖춘 교육업계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입에도 영향?

교육업계는 또 최근 대학교육협의회가 수시모집 합격자 미등록에 따른 결원을 채우는 기간을 설정하고 무제한으로 돼 있는 수시모집 지원 횟수를 4년제 대학은 5회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곽 당선자가 "고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학 입시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학 입시 전형에 대해서도 교과부 · 대교협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교육업계는 우선 수시 선발 인원 증가에 따라 재수종합학원의 경우 찬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수시 비중 확대는 곧 정시 비중 축소로 이어진다"며 "수시보다는 정시에 비교적 유리한 재수생들이 재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재수종합학원의 경우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