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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의 마술?…화면에 내려앉은 하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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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양섭씨 8년만에 개인전
    "하얀색으로 캔버스를 '쟁기질'하며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흰색에선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순수한 맛 같은 게 느껴진다. 자연이나 우주를 포용하는 데 흰색만큼 적절한 색깔은 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일기를 쓰듯 그동안 느낀 세월의 자취와 흔적을 하얗게 채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서양화가 신양섭씨(69 · 사진)의 '흰색 예찬'이다. '흰색의 화가'로 불리는 그는 하얀 색조로 한국의 자연 풍광을 단순화해 묘사해온 추상표현주의 작가.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풍경들을 삼각형,원형,사선 등의 얇은 천 조각으로 콜라주한 뒤 흰 물감으로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되살려낸다.

    8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산을 비롯해 나뭇잎,구름,호랑이 등 자연의 형상들을 단순화해 묘사한 '내 마음의 풍경' 시리즈를 비롯해 백자 및 하얀 책 조형물 등 모두 30점을 출품했다. 흙벽처럼 투박한 질감에다 온통 흰색으로 화면을 채워 한겨울 설원이나 백자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다.

    그는 요즘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작업실로 매일 출근해 하루 15시간 정도 작업한다. 그렇게 작업실에 앉아 있어야 즐겁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림은 대상이 준 감동을 캔버스에 흰색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198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작가이자 40년에 달하는 화력에 비해 작품 수가 적기로도 유명하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은 300여점에 그칠 정도다. 그는 "내 작품세계와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뿐일 것이고 찾는 이가 없어 고독하다면 그 역시 숙명"이라고 말했다.

    "아침마다 구룡산에 오릅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뭇잎,풀잎,돌,집 등이 영롱하게 빛나요. 거기에서 본 풍경들을 마음 속에 채집했다가 화실로 돌아와 흰색으로 버무립니다. "

    캔버스 안에 울타리를 친 다음 그 안에 자연을 넣고 흰색으로 마술을 부린다고나 할까. 처음부터 흰색을 까는 게 아니다. 형상을 흰색으로 덮어 은근히 우러나는 맛을 살려낸다. 그래서 신씨의 작품은 화려함보다는 질박함,굳이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안으로 침묵하는 이의 원숙함을 풍기며 생활의 일기처럼 다가온다.

    산,구름,호랑이 등 민화의 소재나 조상들이 즐겨썼던 문양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 구조도 탄탄하다. 마치 눈에 파묻힌 산골 마을처럼 사물의 윤곽이 흐릿하게 지워진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고 온 고향,혹은 잊고 있었던 자연이 오롯하게 살아있다. 흰 바탕에 더욱 밝고 두터운 흰색의 물감을 둥글게 점찍은 그림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장이다.

    중앙대 미대(옛 서라벌 예대)를 나와 줄곧 흰색 작업을 해온 그는 "나의 예술적 고향은 백자 같은 하얀색"이라며 "흰색을 통해 따스한 자연의 체취를 화면에 녹여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25일까지.(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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