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은 9일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성향이 조세행정의 공정한 집행,더 나아가 세원 발굴과 세수 확충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청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피니언 리더스클럽 초청 강연에서 "숨은 세원을 발굴하는 데 있어 납세자들의 저항 못지 않게 정치권의 저항도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이 잦은 선거 때문에 세금을 못 올린다고 하는데,이것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나오는 재정 확대,감세 · 비과세 요구 등이 맞물려 문제가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에 달하는 일본은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 18% 선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 상황을 생각하면 조세부담률이 더 높아야 하지만 잦은 선거와 정권 교체로 세금 감면,비과세 정책 등이 남발되면서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게 백 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도 비과세 및 세금 감면에 의해 덜 걷힌 세수가 한 해 30조원에 육박하는데 30조원이면 국가 부채의 10%에 달하는 것"이라며 "비과세 및 세금 감면만 털어내도 장기적으로 국가 부채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청장은 이어 국가 재정위기 타개를 위한 숨어 있는 세원 발굴 전략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지만 그래도 최근 부채비율이 빠르게 증가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사각지대 등 숨어 있는 세원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