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기 일동제약 회장(77)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일동제약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의 이사 재선임건을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3인의 각자 대표가 경영하던 일동제약은 이정치 대표와 설성화 대표 등 두 명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게 됐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제약경영에서 용퇴하고,자신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일동후디스 경영에만 전념키로 거취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일동제약 지분 8.9%를 갖고 있는 주요 주주인 동시에 일동후디스 지분도 33.1%(특수관계인 포함) 보유,일동제약(33%)에 이어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그는 "일동제약 도약을 위한 활주로를 마련했고,이제 그 길을 달려 날아오르는 것은 후배들의 몫"이라고 퇴임 이유를 밝혔다고 일동제약 측은 전했다.

이 회장은 1984년 대표이사에 올라 26년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키면서 일동제약을 키운 1등공신인 데다 다른 전문경영인과 달리 주요 주주로서 경영권까지 행사하고 있어 그의 퇴임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너인 윤원영 회장과 전문경영인 출신 이 회장 간 '빅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윤 회장 측 보유 지분이 취약해 경영권 분쟁에 자주 노출됐었다"며 "이 회장이 일동제약의 향후 경영권 안정에 힘을 보태는 대신 일동후디스 경영권 일체를 보장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 지분은 윤 회장 등 특수관계인(12.4%) 외에 안희태씨 등 4인과 이호찬씨 등 4인이 각각 9.74%와 10.84%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안씨 등이 일동제약의 경영투명성에 이의를 제기,비상근 감사 한 명의 선임을 회사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은 전날 이사회에서 안씨 측이 제안한 감사 후보 선임안건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제약업계는 이 회장의 퇴진과 맞물린 후속 조치 등으로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윤 회장 측과 이 회장 측 지분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29.9%에 달해 앞으로 경영권 행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입사 후 아로나민의 개발에서 생산,영업,마케팅을 두루 거치면서 이 브랜드를 일동제약의 대표적 히트상품으로 키운 주역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입사 11년 만인 1971년 전무이사로 파격 승진하기도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