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다. 세태의 반영인가,세태 반영을 빙자한 여론 조작인가. TV를 비롯한 대중매체 여기저기서 마초(Macho)가 부활하고 있다. 부드럽고 다감한 초식남은 사라지고 야생마 같은 짐승남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나쁜 남자로 대변되는 마초 캐릭터 만들기가 한창이다.

마초는 스페인어로 '수컷'이라는 뜻.힘을 상징하는 단단한 외모와 공격적 태도에 가부장적 태도를 지닌 남성우월주의자를 지칭하는 만큼 부정적 단어로 쓰였다. 그랬던 것이 근래 들어 남자다운 남자,강인하고 용감한 남자로 여겨지면서 마초 찬양론까지 대두됐다.

'아이리스' '추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같은 액션드라마가 줄을 잇고 '파스타'같은 트렌디 멜로드라마에서도 '내 주방에서 여자는 안돼'라고 소리치는 남자주인공이 인기다. 마초의 필수조건이 힘이어서인지 너도 나도 복근 자랑이고 마초적 남성미라는 말이 칭찬처럼 쓰인다.

드라마만 그런 것도 아니다. 때 아닌 현모양처론의 등장과 선거 홍보물에 여성비하적 내용이 등장한 것도 마초 부활의 전조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시대적 남성의 대명사였던 마초가 되살아난 데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알파걸의 등장에 겁먹은 남성들이 힘으로나마 우위를 되찾겠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무한 경쟁에 지친 여성,초식남에 질린 여성들이 책임감과 용기를 지닌 남성을 찾게 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초 캐릭터는 현실 속 일부 남성들이 생각하는 마초와 전혀 다르다. 마초 캐릭터는 여성은 보조적 존재라고 믿는 가부장적 속물이 아니라 심신 모두 건강해 기존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합리적 사고의 인간적인 남자다.

나쁜 남자 또한 말만 나쁜 남자지 실제론 겉은 까칠하되 속은 마냥 깊어 뭐든 생색내지 않고 돕는 그런 남자다. 나쁜 남자나 마초 캐릭터가 유행이라고 해서 여성들이 실제 수동적 복종적인 상태의 과거로 회귀한다거나 여성의 속성이 그렇다라는 식의 해석은 곤란하다.

영국과 독일 대학에서 마초적 남성을 변화시키는 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남성의 코에'옥시토신 스프레이'를 뿌렸더니 여성들 수준의 감정이입이 이뤄지더란 것이다. 매체 속 마초 캐릭터를 오해한 이들의 마초적 행동이 자꾸 늘어나면 도리없다. 수시로 공중에 마초 스프레이를 살포할 수밖에.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