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돼 수천억원대의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자 금융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PF와 관련된 여신이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경남은행 사고를 계기로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 등 부동산 PF여신이 많은 금융회사들은 한바탕 'PF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게 불가피해졌다.

◆어떻게 위조 지급보증을 섰나

경남은행의 장모 부장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행사가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받을 때 직접 지급보증을 서는 방법이 첫 번째다. 은행들은 지급보증을 대출과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신용이 좋지 않거나 담보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급보증을 서지 않는다. 장 부장은 은행 여신위원회가 거부한 지급보증 건에 대해서도 은행 직인과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가짜 지급보증을 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신탁계정을 이용한 지급보증도 동원했다. 시행사는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어음(CP)을 발행한다. 이를 저축은행 등에 매각하고 자금을 끌어온다. 시행사의 신용도가 낮은 만큼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은행 신탁계정은 직접 지급보증을 설 수 없다. 장 부장은 지급보증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 CP 매입 약정을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역시 이 과정에서 위조 직인과 인감이 사용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왜 했을까

금융감독원이나 경남은행에서도 장 부장이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장 부장이 실적 제고를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 부장은 서울영업부에 소속된 계약직이다.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진다. 그런 만큼 다소 위험해 보이는 PF라도 어떤 식으로든 보증을 서려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실제 장 부장의 연봉은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신이 책임지고 실행한 PF 지급보증이 잘못되자 장 부장은 초조해졌다. 이를 덮기 위해 다른 금융회사를 끌어들여 대출해주도록 하고 가짜 지급보증을 발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F 부실을 덮기 위해 '돌려막기'를 했으며,이를 위해 가짜 지급보증서를 남발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급보증 이행 요구가 잇따르자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과 지급 책임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금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지급보증 이행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금융계의 추산이다. 사고와 관련된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은행은 "장 부장이 이른바 돌려막기 식으로 지급보증을 한 것을 감안하면 순수 피해액은 1000억원 미만일 것"이라며 "장 부장이 은행을 속인 채 가짜 지급보증을 남발한 만큼 은행도 피해자"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지급보증 이행을 요구한 금융회사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거쳐 지급 책임 소재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대출해준 금융회사들은 경남은행이라는 법인을 보고 대출해준 만큼 경남은행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게 그동안의 법원 판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외형 확장을 위해 부동산 PF 관련 여신을 확대하도록 독려한 은행 측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파장은

상호저축은행들이 보유한 PF대출은 2조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대출 중 상당액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지급보증을 섰던 일부 은행들도 부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으나 경남은행 사고를 계기로 솟아오를 공산이 크다.

하영춘/이태훈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