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이 마주보는 예배당 정면에는 아무 것도 없다. 벽에는 그 흔한 타일 한 장 붙이지 않고 단상도 놓지 않았다. 설교하는 목회자를 위한 강대상만 있을 뿐이다. 대신 콘크리트 벽 사이로 새어드는 자연광이 십자를 그린다.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무한한 정신적 감동을 안겨준다는 '빛의 교회'(일본 오사카)의 내부 전경이다.

《디자인 읽는 CEO》(21세기북스 펴냄)는 디자인 경영이 왜 중요한지 설교하는 대신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디자인을 보는 안목을 높일 것을 권유한다. '귀명창'이 있듯 디자인에 있어서도 먼저 '눈명창'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감각 훈련,미학적 태도,폭넓은 교양지식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무채색 위주로 부드러운 곡선의 우아함을 강조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패션에서부터 장난치듯 유쾌한 형태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디자인해 쇠락하던 스페인의 빌바오시(市)를 명소로 만든 프랭크 게리까지 수많은 패션 · 산업 · 건축 디자이너들의 작품 사진을 보여준다.

저자는 CEO가 바로 수석 디자이너라고 강조한다. 아마추어급의 눈을 가진 CEO라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으므로 결국 최종 디자인은 경영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