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국가의 은행들이 국유화됐다. 포르투갈은 1986년,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1990년대 초반,브라질 아르헨티나는 1994년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런 은행들이 민영화된 유형은 다양하다. 처음에는 기업공개(IPO)로 지분을 낮췄고,경영권을 매각하는 단계에서는 국민주 방식이나 경쟁입찰과 사모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단계적 매각 후 국민주 방식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뱅크는 불과 20년 전인 1990년까지만 해도 국영은행이었다. 국영은행에서 출발해 민영화된 은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호주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최근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9억43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고 고객 770만명과 1011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커먼웰스는 1980년대부터 불어닥친 금융자유화와 탈규제 바람을 타고 외국은행들이 잇따라 호주에 진출하자 살아남기 위해 민영화의 길을 택했다.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1989년에는 뉴질랜드의 ASB은행을 인수했지만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에는 정부 소유 은행으로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호주 연방은행은 1991년 IPO를 통해 지분 29%를 매각했다.

1993년에는 지분 20.3%를 블록세일해 몸집을 줄였다. 1997년에는 나머지 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20% 정도 할인율을 적용했다.

호주 정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매각 대상의 적격성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할인발행이 불가피했지만 국민에게 싸게 판 것이어서 헐값 매각 비판이 없었다.

호주 정부는 매수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모시 매입대금의 60%를 내고 잔금은 1년 후 납입하도록 허용했다. 1차 매각(1997년 11월)때 2.5호주달러였던 주가는 2차 매각 때인 1998년 12월 5호주달러까지 올랐다. 완전 민영화 직후인 1999년 초에는 8호주달러로 상승했다. 국민주 공모 직전과 비교하면 220% 상승했다.

◆정부 의지가 문제

스웨덴의 노드방켄,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아니아,포르투갈의 방코 토타 아코레스,BPA,베시,필리핀의 필리핀국립은행 등은 IPO에 이어 다양한 형태의 인수합병(M&A)방식을 활용해 경영권 지분을 매각했다.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뱅크는 1991년 국유화된 직후부터 정부 지분 줄이기에 나섰다. 노르웨이 정부는 IPO와 주식 공개 매각을 통해 1995년까지 정부 지분을 51%로 낮췄다. 1999년 정부 지분을 35%로 줄인 뒤 기회가 찾아왔다. 메리타-노드방켄이 인수제안을 한 것이다. 크리스티아니아뱅크는 이를 받아들여 2000년 노디아그룹에 편입됐다.

노르웨이의 포쿠스는 1995년 IPO를 통해 한꺼번에 95.9%를 매각했다. 브라질 바나베은행은 1999년 경쟁입찰 방식으로 민영화됐다. 핀란드 저축은행은 1993년 자산인수(P&A) 방식으로 자산만 매각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